5년 만에 빗장 푼 오세훈…"시기 적절했나" 논란 [거래허가 한달]①
"일괄 해제, 섣불러" vs "유지했어도 강남 집값 올랐을 것"
법정동 단위로 묶인 잠실·강남…"과하다" 출구 시점 결단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폭발성 높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괄 해제해 집값 상승의 불을 댕겼죠."vs."진작에 풀었어야죠. 연초 은행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2%대로 낮아졌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유지됐다고 강남 집값이 안 올라갔을까요."
서울시가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후 집값 급등 조짐을 보이자 "해제 시기가 적절했나"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비판과 토지거래허가제의 상징적 의미 외에 실질적 가격 안정 효과는 없다고 의견이 엇갈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 상당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주거용 토지는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용으로 이용해야 하므로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5년 만에 잠실·삼성·청담·대치동의 거래허가구역을 일괄 해제한 이유는 그동안 법정동 단위의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지정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재건축이 진행 중인 사업지구로 제한됐지만 잠실·삼성·청담·대치동은 2020년 6월부터 법정동 전체가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4년 넘게 규제로 발 묶인 해당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빗발쳤다.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불만을 비롯해 "잠실을 묶어 반포 집값만 더 오른다"는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화 효과가 시행 2년 후 거의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규제 지역 내에서 시행 후 2년간 약 -9.5%의 안정화 효과를 나타냈으나 이후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며 "투자 억제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개포동과 반포동 등 인접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가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단을 내리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잠잠하던 집값이 들썩이자 "지금 푸는 게 맞냐"는 논란이 불붙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폭발성 높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괄적으로 다 풀어버린 것은 실기"라며 "일부 지역을 시범 해제한 뒤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결단을 해도 되는데 한 번에 다 풀면서 집값 상승 저변을 늘려놓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집값 상승세가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야박한 측면이 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에 해제 시점을 너무 일찍 고려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등 '집값 안정화' 효과는 없는 것으로 진작에 입증이 됐다"며 "서울 전역을 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집값이 안 오를까. 오히려 현재 집값 상승세는 금리 인하와 공급 물량 부족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토지거래허가제가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는 있어도 자금력 있는 실거주 수요를 막지는 못한다"며 "서울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초기에만 가격 억제 효과가 있고, 나중에는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그럼 규제를 다 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재건축 단지의 규제를 남겨둔 것은 여론을 의식한 '상징적 규제'인 셈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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