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어 세대, 공간의 감각이 달라진다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며칠 전 어린이집 봄 소풍 장소가 키즈카페라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필자 아들 때만 해도 푸른 하늘과 땅을 밟는 나들이가 소풍이었기 때문이다. 대공원을 가거나 도시 근교 농장, 바닷가 갯벌 체험을 떠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세월이 흘러 '실내 소풍'이 일상이 된 시대가 되었다. 아무래도 밖은 위험하니 실내에 머무르는 게 안전하고 다양한 먹거리·놀거리를 고려해 키즈카페를 선택했을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 아파트단지 놀이터를 둘러봐도 인공 시설물밖에 없다. 바닥도 우레탄으로 깔아 모래 장난을 하기 어렵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커지면서 우레탄 놀이터가 대세가 되었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하루를 대부분 실내에서 머문다. 등굣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방과 후 학원은 아스팔트 도로의 미니버스를 타고 간다. 체육 수업에도 야외 운동장보다 체육관에서 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학원 수업도 상가건물의 실내 공간이고 '인터넷 강의'는 아예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그만큼 햇볕을 쬐거나 땅을 밟을 기회가 흔치 않은 셈이다. 요즘 학생들은 자연보다는 콘크리트 속이 더 편안한 공간인데, 자주 접하니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도 공간 소비에 대한 취향은 확실히 실내 지향적이다. 휴식을 위해 놀더라도 '그린 레저'보다 '콘크리트 레저'를 즐긴다. 수도권에서 대학 생활을 한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는 대성리나 양평, 청평으로 떠났던 MT(Membership training)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윗세대처럼 교외로 MT를 잘 떠나지 않는다. 물론 전혀 가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빈도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공간 소비 패턴이 달라지지 않는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30대는 "차박이나 캠핑하러 가긴 하지만 대도시에 아기자기한 놀거리가 더 많다. 일부 마니아층을 빼곤 횟수로 볼 때 교외보다 도심이나 실내 공간에서 더 많이 휴일을 즐긴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나 X세대에게 자연은 친숙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에겐 자연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화창한 봄날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한다. 집 안에 있어도 심심하거나 갑갑하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면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배달을 통해 먹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요즘 방안에서만 머무르는 '올인룸 족'이 득세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윗세대가 아웃도어(outdoor) 세대라면 요즘 세대는 인도어(indoor) 세대다. MZ세대는 인도어 1세대가 아닌가 싶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실내에 있으려는 욕구가 더 강해져 인도어 2세대, 3세대가 탄생할 것이다. 주택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집안에 오래 머무르는 만큼 평면과 인테리어, 커뮤니티 시설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는 집도 '양'보다 '질'을 따지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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