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이재용 회장 2심서도 무죄(종합)
합병 9년 5개월, 기소 4년 5개월 만에…1심과 같은 결론
19개 혐의 모두 무죄…"공소사실 합리적 의심 배제할 정도 입증 안돼"
- 윤다정 기자,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노선웅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부터 9년 5개월,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5개월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주장한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확보한 서버 △이른바 '장충기 문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의 외장하드 등 1심과 2심에서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사회 결의 및 합병 단계에서 미전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시점을 선택해 결정하고 합병 목적, 경위, 효과 등을 허위로 공표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합병 시너지 60조 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가 중장기산업계획에서 예상한 매출액을 단순 합산해 합병 후 매출액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허위라 할 수 없으며,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보고서도 조작됐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합병계약 이후 주주총회 승인 단계에서 △합병 성사를 위해 삼성물산이 KCC에 자기주식을 매각한 것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발생 위험 미고지 등도 부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합병 관련 정보 유포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 공표 등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에 대한 합병 찬성 설득은 통상적 IR 범위 내에 있고 찬성 의결권 행사를 유도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PB들이 조직적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의결권 확보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이후 주식매수청구기간 중 제일모직 자기주식 집중 매입을 통해 주가관리를 한 것 역시 시세조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의 2015회계연도 분식 회계 혐의와 관련해서는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하고, 2014회계연도 분식 회계 혐의에 대해선 "공시 내용이 다소 미흡한 사실은 인정되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다"고 배척했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계획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 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봤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합병 단계에서는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고도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심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 구형량과 동일한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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