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열리는 줄도 모르고 징역형 받은 피고인…대법 "다시 재판"
보이스피싱 수거책, 1·2심 징역 1년…2심 나오고서야 알게 돼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 상태 재판…재심 사유 있어"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자신에 관한 재판이 진행되는 줄도 모른 채 징역형을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 수거책의 재판을 다시 진행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와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돈을 편취하고 위조한 '납입증명서'를 교부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금 수거책 A 씨는 지난 2022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검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A 씨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2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A 씨가 기소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시송달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한 뒤 A 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된 것이다. 공시송달은 피고인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소환장 등을 법원 게시판 등에 게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송달 불능 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해당 특례 규정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고 기한을 넘겨서야 2심 판결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지난해 10월 8일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다. 법원은 'A 씨가 상고기한 내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20일 만에 상소권 회복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A 씨의 1·2심 판결은 A 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원심판결에는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으며, 이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며 "나머지 상고 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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