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선도하던 갤러리 임직원 1심 중형…편취액만 '645억'
"미술품으로 수익 창출" 약속하고 부동산 시행사업에 사용
회장 징역 23년, 대표·직원 징역 12년…"죄질 불량" 질타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아트테크'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유명 갤러리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술품 구입 대금 명목으로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고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는데, 피해자는 총 581명, 편취액은 무려 645억여 원에 이르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206억 9768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B 씨에게는 징역 12년 및 14억 8031만 원 추징, C 씨에게는 징역 12년 및 80억 4114만 원 추징이 각각 선고됐다.
A 씨와 B 씨는 2018년 4월부터 한 갤러리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아트테크' 사업을 해 왔다. 2019년 초 해당 갤러리와 협업 관계가 끝났는데도 투자자 문의가 이어지자, 이들은 직접 D 갤러리를 설립해 사업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A 씨가 D 갤러리의 '회장'으로 사업 운영을 총괄했고, B 씨는 대표이사로서 실무를 총괄했다. D 갤러리 설립 전 사업에 합류했던 C 씨는 사업부를 관리하면서 매니저 모집, 사업 홍보와 투자자 모집 등을 맡았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투자자 명의로 미술품을 매입해 위탁보관하면서 전시, 저작권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대신, 작가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해 창작활동비를 지급하고 그 대가로 작품 이미지를 제공받거나 임시로 인도받을 것"이라고 제안해 투자금을 모집했다.
구매한 미술품의 가치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고,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재매입 보충을 해 투자 원금 회수를 100%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투자자 581명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은 총 645억 206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돈은 당초 약속한 미술품 구입과 투자 대신 A 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시행사업 등 엉뚱한 용처에 쓰였다.
A 씨 등은 투자자 1109명으로부터 '매달 투자금의 1% 수익을 지급하고 3년 기간 동안 매년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투자 원금 반환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905억 9520만 원을 수신하기도 했다.
이들이 범행으로 얻은 이득은 A 씨가 200억 원, B 씨가 14억 원, C 씨가 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부동산 시행사업 관련 일만 했을 뿐 '아트테크'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갤러리를 설립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작가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은 B 씨, C 씨가 한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 씨가 D 갤러리 설립 전 다른 갤러리의 지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B 씨를 통해 '아트테크' 영업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B 씨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 작성을 지시해 보고받기도 했었다는 점에서다.
또한 D 갤러리의 이름은 A 씨가 전부터 운영하던 회사인 E 사의 이름과도 같고, 임직원들이 E 사를 D 갤러리의 모회사로 인식했던 데다, A 씨가 투자금을 입금받는 은행 계좌를 보유·관리하고 B 씨는 보고 후에야 자금을 이체할 수 있었던 등 A 씨가 자금 흐름과 의사 결정권을 통제하던 정황도 있었다.
또한 A 씨는 B 씨와 1만 603회, C 씨와는 1210회에 걸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업무 관련 보고를 받았다. D 갤러리를 직접 방문하거나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것은 물론, 운영에 참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투자금이 미술품 구매에 쓰여 사업 수익이 나는 줄 알았고, 부동산 시행사업에 사용되는 것을 몰랐다"는 C 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C 씨가 D 갤러리를 설립하며 주식 50%를 취득하고 사내이사로 취임해 '대표'로 불린 점 △마케팅을 총괄하며 '아트테크' 사업 수익구조에 대해 잘 아는 지위에 있던 점 등을 짚고 나섰다.
C 씨 퇴사 이후의 범죄사실과 관련해서도 "종전에 이루어진 사기 범행 수습을 위해 '돌려막기'하는 과정에서 종전 피해자들로부터 추가 계약을, 혹은 새로운 피해자들로부터 신규 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인과관계가 단절된 새로운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투자 욕구 등에 편승해 정상적인 아트갤러리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한 다음 '아트테크'라는 신종 수법으로 투자금을 편취·유치해 죄책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또한 "사기 범행에 사용된 미술품의 작가들마저 속여 그들에게는 소액의 창작지원금만을 지급했다"며 "투자금의 대부분은 부동산 시행사업, 식품사업, 교육사업 등에 빼돌리고 사치품 구매에 사용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위와 같은 범행은 고액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해 개별 피해자들 모두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가했다"며 "작가들에게도 미술품이 사기에 사용됐다는 불명예와 정신적 고통을 야기했고 대한민국 전체 미술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A 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2일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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