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까지 부상한 헌재, 전원일치 결정으로 존재감 재확인
[尹탄핵인용] 최장·최초 기록 경신하며 무용론, 불신 자초
주말·휴일 반납하고 출근, 尹 선고로 일상으로
- 정재민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윤주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데 111일이란 시간이 걸리면서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 결정으로 존재감을 재확인했다는 평이 나온다.
헌재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 선고는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 111일, 지난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한 지 38일 만에 이뤄졌다.
탄핵 소추 기준, 변론 종결 이후 선고까지 걸린 시간 기준 등에서 모두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기간이다.
당초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 접수 직후 '최우선 심리' 원칙을 밝혔다. 이에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 통상 약 2주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3월 중순쯤 선고가 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선고기일을 쉽사리 정하지 못했고 이 기간 헌재는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심판 결정을 먼저 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에 사회적 피로도가 높아지며 헌재를 향한 불만이 고조됐고, 헌재 무용론까지 나왔다.
실제 여론도 비판적으로 옮아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 대한 신뢰도는 집계를 시작한 2월 1주 차부터 줄곧 50% 이상을 유지했지만 4월 1주 차엔 46%까지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12월부터 탄핵 찬반 양측은 집회·시위를 통해 맞붙었다. 시간이 갈수록 양측 간 갈등은 격화하고 이를 통제하는 경찰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헌재의 선고가 계속 늦어지자 헌법재판관 간 갈등설이 불거지고, 선고 직전까지 재판관 성향 별로 인용 4명 대 기각·각하 4명으로 갈렸다는 설이 부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 반대 의견 없이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그나마 일부 재판관들이 결론에 동의하나 이유를 보충할 때 내는 보충 의견만 기재됐다.
이번 결정으로 그간 논란이 된 재판관별 성향이나 이견보단 극단적인 진영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헌재가 이를 고려해 막판까지 전원일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전원일치가 아닌 일부 반대 의견이 들어갈 경우 선고 결과에 논란의 여지를 남기게 돼 사회적 갈등의 빌미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그간 헌재를 향한 불신과 갈등의 불씨는 상당히 진화됐다는 평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헌재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났다"며 "이젠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해야 한다. 이견이 있더라도 나라를 살리기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란 어려운 과제를 마친 헌법재판관들은 111일 만에 이른 퇴근길에 올랐다.
이날 가장 일찍 출근한 주심 정형식 재판관, 결정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정오를 기점으로 헌재를 떠났다.
재판관들은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거의 매일 출근해 기록 검토에 매진했다.
헌재 또한 공지를 통해 대통령 탄핵 사건 취재를 위한 브리핑룸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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