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재판관 임명 막은 변호사 "이제 헌법소원 그만했으면"
[인터뷰] 김정환 변호사, 포고령·마은혁 미임명 등 헌법소원
"정치 생각 없다…헌재 비판할 수 있지만 재판관 폄하 안돼"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정치권과 관련된 헌법소원을 제기할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헌법이 그만 아파야죠."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지난 16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에 제동을 걸게 만든 주인공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포고령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마은혁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잇달아 제기했다.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김 변호사를 서울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고, 17일 전화 통화를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아래는 문답.
-헌재가 헌법재판관 지명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예상보다 결정이 빨리 나왔다.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것을 헌재가 확실하게 밝혔다.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는 의견이 헌재 내에도 존재한다는 게 확인된 거다."
-본안 판단은 어떻게 예상하나.
▶"본안 판단에선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치열하게 논증할 텐데, 일부는 권한대행에 의한 지명이 반복될 가능성이 없다며 각하를 주장할 수도 있다.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때문에 지명 효력이 사라져도 본안 판단으로 나올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조만간 대선이 있어 그 전에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이 문제가 있다고 본 근거는.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민주적 정당성에 기반한 건데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민주적 정당성이 완전히 소멸됐다고 봐야 한다. 완전히 민주적 정당성이 소멸된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총리가 대행으로서 재판관을 지명할 순 없다. 대통령과 똑같은 권한을 행사하려면 비상 상황이어야 하는데, 헌재는 지금 재판관 7명만으로도 심리가 가능하고, 40여일 뒤 대선이 끝나면 재판관이 임명될 수 있는 상황이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결정문은 어떻게 봤나.
▶"한 줄 평은 '다시 회복한 환자, 이제 더 건강해져라'. 헌법재판소가 주목받고 재판관 개개인 성향까지 국민에게 알려지는 건 헌법이 굉장히 아프다는 의미다. 건강한 사람들은 병원 이야기를 잘 안 하고 몸이 아파야 병원에 관심을 가지지 않나.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교과서적 표현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2025년에 헌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라고 재확인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가 아팠다는 의미고, 비정상적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헌법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건 긍정적이다. 아팠던 사람이 회복하면 건강에 더 신경을 쓰듯이 대한민국이 더 건강해지면 좋겠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모든 제도는 완벽할 수 없다. 탄핵심판이 늦어지면서 대통령 탄핵을 헌재가 아니라 국민투표에 맡기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굉장히 위험한 주장이다. 만약 51% 지지율을 확보한 대통령이 완벽한 정권 장악을 위해 계엄을 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헌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지만, 선출된 권력들의 비민주적 행위를 견제하라는 게 존재 이유다.
모든 걸 다수결로 결정하는 사회에선 소수자를 보호할 수도 없다. 호주제 폐지와 동성동본 금혼제는 국회가 눈치를 보느라 폐지하지 못한 걸 헌재가 했다. 헌재는 입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한다. 소수자 보호와 헌법 수호 관점에서 헌재 기능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헌재의 정치 편향성 논란도 계속된다.
▶"사람은 누구나 정치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관을 9명으로 하고, 위헌 판단 정족수를 6명으로 한 이유다. 지금까지 헌재가 신뢰와 권위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재판관은 늘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정치를 하던 사람이 재판관이 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자격 요건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데 이번엔 정치적 활동을 한 사람을 지명했지 않나. 그래서 더 위험하다."
-정치권에서 헌재를 흔든다는 비판도 컸다.
▶"원래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법치주의는 불편하다. 정치권에서 헌재를 압박하는 건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 아닌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면 서로 주장하고, 광장에도 뛰어나올 수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은 있다. 사법부를 존중하고 특정 재판관을 혐오하거나 폄하해선 안 된다. 이번에 위험했던 건 일부 재판관을 자격이 없는 것처럼 비판했다. 그건 스스로가 의원의 자질이 없다고 밝히는 것과 같다. 특정 재판관을 비난하면서 국민을 선동하는 모습, 그건 대의민주주의에 의해 국민의 신임을 받아 선출된 국회의원이 할 행동은 아니다."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방안은 뭐라고 보나.
▶"완벽한 사법부의 신뢰라는 건 유토피아를 건설해서 살자는 것과 비슷하다. 민주주의에서 나와 다른 결정에 대한 비판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벽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관 한 명 한 명이 견제받고 비판받는 건 가능하다.
다만 혐오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혐오는 권리가 아니니까. 혐오를 기반으로 한 행위에 대해선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대학에서 헌법과 행정법을 강의하다 지난 2018년 만 43세에 제7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최근엔 부쩍 정치권과 관련 있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정치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헌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서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늦게 변호사가 돼서 장애인법 쪽으로 사람들을 돕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두 가지가 인생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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