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흉기로 청소노동자 살인…檢, 2심도 무기징역 구형
평소 알던 '숭례문 청소노동자'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70대
검찰 "범행 인정한다고 하지만 반성하는지 의문…인명 경시"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검찰이 서울 숭례문 광장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청소노동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리 모 씨(72)에게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강종선 심승우) 심리로 열린 살인 등 혐의 2번째 공판에서 리 씨에게 원심 구형과 동일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중간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이켰다면 이런 참혹한 결과까지는 안 왔을 것이다. 분명히 (가해 행위를) 중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계속했고 살해 동기가 없었음에도 인명을 경시하는 생각으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범행 후에 이렇다 할 구호 조치도 없이 현장을 이탈해 버리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말은 범행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면서 "이를 감안해 원심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리 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피해자 가족들이 저 때문에 평생 고통과 고난 속에서 겪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라며 "모든 것을 다 인정하고 머리를 푹 숙이고 죄를 인정하면서 모든 것을 법에 맡기겠다. 법에서 하라는 대로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 등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변론 종결 절차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이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를 묻자, 리 씨는 "그날 어떻게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정신이 없었다"고 답했다.
리 씨는 지난해 8월 2일 새벽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근무 중이던 중구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리 씨는 지인인 A 씨가 물을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팔을 붙잡는 자신을 신고한다고 말하자 무시당한다고 느껴 평소 지니고 다니던 흉기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리 씨는 과거 노숙 생활을 하다 2023년 12월부터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여인숙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월 1심은 리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은 "범행동기와 잔혹성, 피해자와의 관계에 비춰볼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은 여러 차례 반성문을 내며 뉘우치고 있다고 하지만, 살해 고의가 없었고 범행 당시 기억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진정한 미안함을 가지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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