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후퇴보 본격화…한국도 '탄소중립 시험대'
[트럼프 100일]파리협정 재탈퇴 이어 청정에너지·기후재정 중단
전문가 "에너지안보 다져야…트럼프는 임기 있지만 기후는 계속"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취임 100일을 맞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전임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을 대부분 폐기하며 '기후 퇴보'를 본격화했다. 파리기후협정 재탈퇴를 시작으로 청정에너지 예산 삭감, 주정부 환경규제 무력화 시도까지 전방위적 조치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행정명령 14162호를 통해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재탈퇴를 공식화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국제적 기후 협력에서 발을 빼고, 기후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연방정부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 주요 주정부의 환경 규제를 '국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연방 법무부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청정에너지 분야도 후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동결했으며, 특히 풍력 에너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뉴욕주 해상풍력 사업인 '엠파이어 윈드'는 연방정부의 명령으로 인해 진행이 중단됐다. 독일 RWE는 미국 내 해상풍력 사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부, NOAA(해양대기청), NASA 등 주요 기관의 기후 연구·관측 프로그램 예산도 축소됐다.
환경 규제 완화도 가속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은 및 기타 유해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규제 면제를 허용했다. 현재 70개 이상 석탄화력발전소가 규제 면제를 신청한 상태다. 물 관리, 습지 보호 등에서도 연방 규제가 약화됐다. 현지 환경단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생태계 붕괴와 수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미국 내외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하며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흔들리지 말고 탄소중립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국제사회는 더욱 강력한 기후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포기하는 결정"이라며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은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탄소 배출규제 등의 논의는 미국이 이를 홀로 지연하거나 철회하기에는 이미 거대한 국제적 추세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책 변화는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미국의 파리협정 이탈로 국제기후연대가 약화하면서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추진 동력이 일부 둔화할 수 있다. 다만 곧 있을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한국 기후대응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의 대미 기후 대응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집약형 산업은 유럽 수출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비해 △탄소중립 목표의 일관된 유지 △에너지 안보 강화 △수출 주력산업의 저탄소화 가속 △국제 탄소시장 대응 전략 마련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소장은 "트럼프는 임기가 있지만, 기후변화는 임기가 없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변동하는 외부 여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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