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덮친 괴물산불에 세계가 놀랐다…동남아는 줄고 한국만 폭증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 한국 산불 극단적 사례로 공유
3월 산불 탄소배출량, 1년치의 4배 달해…대기질도 악화시켜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올해 3월 영남권 등을 덮친 '괴물 산불'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걸로 나타났다. 올해 전 세계 산불은 최근 20년 평균보다 적었는데, 한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16일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대기 감시 서비스'(CAMS)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1분기 위성 관측 산불·대기오염 관측 정보를 공개하며 한국의 산불 상황을 세계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로 지목했다.
CAMS는 2003년부터 위성 센서를 통해 전 세계 산불을 관측하고, 배출된 탄소량과 대기질 영향을 분석해 오고 있다.
CAMS에 따르면 3월 말까지 한국에서 산불로 배출된 탄소량은 약 80만 톤으로, 연간 평균치인 20만 톤의 4배에 달한다.
이는 2003년 이후 CAMS가 한국에서 기록한 수치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온실가스를 다량 내뿜은 산불은 3월 14일 경북 청도에서 시작돼 강풍과 고온·건조한 기후 조건 속에 전국으로 번졌고, 전국 임야 10만㏊ 이상이 소실됐다. 인명과 재산 피해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CAMS는 한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4월 한 달간 에어로졸 광학두께(AOD)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장거리 연기 확산과 대기질 악화를 동시에 유발한 결과로, 산불 연기는 교통과 산업, 난방 등 기존 대기오염원과 겹쳐 넓은 지역에서 공기 질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산불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 5개국의 계절별 산불은 200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4월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은 약 3700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치 7900만 톤보다 절반 이상 적은 양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벌채와 화전(火田) 관행 감소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태국과 라오스,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3∼4월 단기적으로 집중된 산불이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지역에서는 영국과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등 북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산불 발생이 예년보다 늘었다. 최근 몇 주간 이례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불씨 확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북극권을 포함한 동유라시아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이른 시기의 대형 산불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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