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재규 여동생 "오빠 손끝에 밴드…전기고문 때문인가 생각"
"적절한 시기 잡기위해 기다린 세월이 40년"
재판부, 재심 개시 사유로 "수사 때 가혹행위 인정"
- 이승아 기자
(서울=뉴스1) 이승아 기자
"오빠의 손끝에 밴드가 감겨있어 '전기 고문 때문인가'라는 생각에 많이 울었습니다."
'10·26 사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당한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셋째 여동생 김정숙 씨가 지난 2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사형 집행 전날 김 전 부장의 모습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송미경 김슬기)는 지난 19일 "피고인(김재규)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사형 집행 전날 김 전 부장의 모친도 김 씨와 함께 김 전 부장을 면회했다.
김 씨는 "(오빠가) 의자를 하나 놓고 그 앞에 군인 모포를 깐 후 어머니를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 큰절하며 '어머니 건강하세요'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부장의 어머니는 '내 아들을 믿는다'라며 굵은 염주를 김 전 부장에게 건네주었다고 한다. 김 전 부장은 사형 집행 당시 어머니로부터 받은 염주를 손에 쥐고 마지막 길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의 재심이 결정된 것은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만, 1980년 김 전 부장이 사형에 처해진 지 45년만이다.
김 씨는 재심 청구를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전두환 정권 당시 행동이 자유롭지 못했고 재심 신청을 할 생각도 못 했다"며 "새로운 자료들이 많이 발견되었고 '억울한 누명을 벗어보자'라는 생각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재심 청구 후) 4~5년이 지나니까 '안 되나 보다. 끝인가 보다' 했는데 느닷없이 재심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을 듣고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밝혔다.
재심 청구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전 부장 조카 김성신 씨는 "보수정권에서는 유족으로서 맞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10·26'은 공중에 떠 있는 것이었고, 적정한 시기를 잡기 위해서 기다렸던 세월이 40년인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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