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영상, 알고리즘 타고 돈벌이 수단됐다…"댓글·공유 그만"
어웨어, 'SNS 동물학대 콘텐츠 인식조사' 발표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동물학대 아닌가요?"
SNS를 이용하던 A씨는 우연히 본 동물 훈련 영상에서 과격한 훈련 방식에 충격을 받고 댓글을 남겼다. 심지어 해당 영상이 문제라고 판단해 자신의 계정에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해당 영상의 노출을 높이고, 영상 제작자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소셜미디어상의 동물학대 콘텐츠에 대한 시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1.8%는 소셜미디어에서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영상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자의 경우 비양육자보다 해당 영상을 접했다는 비율이 18.2% 높았다.
이들 중 42.4%는 '비추천이나 댓글 등으로 반대 의견을 남겼다'고 답했으며, 17.6%는 문제 제기를 위해 자신의 SNS 계정에 영상을 공유했다고 응답했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38.1%, 해당 플랫폼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1%, 동물보호단체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6.1%였다.
반려동물 양육자는 비양육자보다 댓글 등으로 반대 의견을 남기거나(46%), 영상을 공유했다(21.3%)는 비율이 다소 높았다.
어웨어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동물학대 콘텐츠에 대한 대응 방식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홍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동물학대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댓글을 달거나 영상을 공유하는 행동이 오히려 해당 콘텐츠의 확산을 초래하고, 플랫폼 알고리즘에 따라 제작자의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국제동물보호기구 아시아포애니멀스(Asia for Animals)에 따르면, 2021년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 3개 플랫폼에서 총 13개월간 확인된 동물학대 영상은 5480건에 달했다. 여기에는 명백한 학대뿐만 아니라 가짜·연출된 구조(fake·staged rescue) 영상처럼 일반 이용자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연출된 영상도 포함돼 있다.
이에 아시아포애니멀스는 동물학대 콘텐츠 대응 방안으로 △학대 여부 인지하기 △해당 플랫폼의 신고 기능 활용하기 △영상을 시청하지 않기 △댓글이나 반응하지 않기 △공유하지 않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동물학대임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콘텐츠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해 안내하고 있다.
어웨어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제도의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학대 관련 영상물을 유통하거나 게시하는 행위에 대해 기존 3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사진 또는 영상물'의 유통 방지를 책임지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영국에서는 2023년 인터넷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통과시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소셜미디어, 검색엔진, 사용자 콘텐츠를 호스팅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에서 불법 콘텐츠 유통을 사전에 방지하고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 콘텐츠에는 동물학대 관련 범죄가 '우선순위 위법행위'로 포함돼 온라인 사업자가 동물학대 콘텐츠 관리 의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아동·청소년이 동물학대 콘텐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정부, 교육계, 언론, 시민단체가 협력해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동물학대 콘텐츠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badook2@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