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항전' 외치던 경호처, '양면 전술'에 무너졌다
[尹 체포] 1차 때와 달랐던 경호처 대응…'무늬만 저지선'
2배 넘는 인력 투입 '물량 공세', 경호처 분열 '심리전' 먹혀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무늬만 저지선이었다. 200여명의 인간 띠로 막아섰던 대통령 경호처는 없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6시간 반 만에 체포됐다. 비상계엄 선포 43일 만이다. 영장 집행이 중단됐던 지난 3일과 달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양면 전술'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조본은 15일 오전 4시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으로 집결했다. 지지자들과 김기현, 나경원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 20여명이 인간 띠를 만들기도 했지만 경호처 직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후 1~3차 저지선을 뚫는 일은 순조로웠다. 2박 3일 장기전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경호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마지막 방어선은 1차 저지선 통과 시점으로부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뚫렸다.
경찰은 경호처 버스 차벽으로 이뤄진 1차 저지선을 직접 버스 안으로 들어가 운전해 치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제지는 없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버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우리가 운전해 치웠다"며 "경호처에서 협조적이었던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런 모습은 안전 우려를 이유로 5시간 반 만에 체포영장 집행이 중단됐던 지난 3일과는 완전 딴판이다.
당시 '너무 쉽게 물러났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던 공조본은 경호처를 뚫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전술을 택했다. 물량 공세와 심리전 '양면 전술'이다.
우선 공수처 30명, 경찰 120명 등 총 150명만 투입됐던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와 달리 경찰 체포조만 1100여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크게 공수처에 파견된 형사팀과 경찰팀 둘로 나뉜다. 파견팀은 약 570명, 경찰팀은 경찰청·서울경찰청·인천경찰청·경기남부·북부경찰청 안보수사대 450명과 인천경찰청 반부패·형사기동대 100여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차 집행 당시처럼 경호처가 '인간 방벽'을 형성할 경우 체포조 인력 4명이 1명씩 진압하는 방식으로 '인해전술'을 펼 예정이었다. 경찰은 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경호처 직원들을 현행범 체포한 뒤 여러 경찰서로 분산 호송해 조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경호처 분열을 위한 심리전을 폈다. 경호처 지휘부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압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세 차례 소환 조사하고 경호 3부장과 접촉하는 등 내부 분위기 파악에 나섰다.
이후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휘부 무력화에 나섰다. 또 협조하는 경호처 직원들에 대해선 선처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출구를 열어 놓았다.
공조본 체포조가 관저 건물을 둘러싸자 결국 윤 대통령은 영장 집행에 응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로부터 체포영장 설명을 듣고 "알았다. 가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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