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소] 사실상 내전 상태 韓 사회…"공동체 기능 회복해야"
검찰, 비상계엄 선포 54일 만에 윤 대통령 구속 기소
두 달여간 지속된 갈등에 극심한 피로…"이전투구 멈춰야"
- 김민재 기자, 김종훈 기자,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김종훈 장시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54일 만에 구속 기소됐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이 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언사는 대한민국을 두 조각으로 나눴다. 한남동과 광화문, 서울서부지법, 헌법재판소, 서울구치소 앞은 매일 날 선 구호가 울려 퍼졌다.
27일 수사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을 막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었다.
무장 계엄군이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장 공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향했다. 국회는 계엄 선포 150여분만인 4일 오전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4시 30분쯤 계엄을 해제했다.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의 후폭풍은 거셌다. 국회 앞은 주말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인파로 가득 찼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204명, 반대 85명, 무효 8명이었다.
탄핵 심판 적극 참여 뜻을 밝힌 윤 대통령은 잠적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접수 통지 관련 문서 수취를 거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2월 30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다음날인 31일, 서부지법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 체포 영장이 발부된 건 처음이다.
공조본은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을 필두로 한 경호처가 이들을 막아섰다. 12일 뒤인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공조본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체포된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공수처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부지법은 19일 오전 2시 50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현직 대통령'이 됐다.
공수처는 수사 착수 51일 만인 지난 23일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중앙법원에 구속기간 연장 허가를 2차례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모두 불허했다. 이에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지난 26일 구속 기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사회 곳곳에 갈등을 낳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12월 31일부터 영장이 집행된 1월 15일까지,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한남동의 풍경은 사실상 내전을 방불케 했다.
1차 체포 영장 집행 전 날인 지난 2일, 신자유연대 등 50여명이 대통령 관저 앞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
이들은 인근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와 "국회에 총 들고 오는 게 정상이냐" "정상이지 그럼"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자식한테 안 부끄럽냐" 라며 설전했다. 이후 "야 이 못생긴 X아" "버르장머리 없는 X" 등 욕설을 주고받더니 몸싸움을 벌였다.
지난 12일에는 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보수 집회 참가자가 야당 대표를 욕한다며 허공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구속 영장 발부 소식은 초유의 '법원 난동'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새벽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다.
난동 세력은 법원 창문을 깨고 건물 안에 진입했다. 이들은 "내전이다", "판사 나와" 등을 외치며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위협했다. 한 지지자는 법원에 불을 지르려 하기도 했다. 경찰은 난동에 가담한 시위대 58명을 구속 송치했다.
최장 9일의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의 발걸음도 마냥 편치는 않았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뉴스를 보던 연 모 씨는 "정치에는 관심 끊었다"며 "뉴스 보면 머리만 아플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최 모 씨(41)는 "고향이 영남이라 한쪽으로 치우친 분들이 많아서 정치 얘기는 피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같은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한 발 물러서서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투구'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당파적인 이익만 추구하면 다같이 공멸하게 된다"며 "국가와 사회, 사회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고 사회 시스템의 기능을 회복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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