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원들 "尹 지키기에 급급…인권위 독립성 훼손"(종합)
인권위 점거한 尹 지지자 검문에 직원들 두려움 느껴
尹 방어권 보장 안건 반대 위원들,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 이기범 기자,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유수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안건에 반대했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과 인권위 직원들이 지난 10일 해당 안건이 의결된 것을 놓고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의결", "윤 대통령 지키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10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위헌, 위법적인 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의 인권만 보호하겠다고 만천하에 공표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직원들인 이들은 "인권위는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조차 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인권 보호라는 인권위원의 역할을 저버린 채,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허울뿐인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 직원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권위가 지향해왔던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는 데 온 힘을 쏟겠다"며 "부당한 차별을 받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직원들은 인권위 본연의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이날 박대현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 수석지부장은 "어제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 의결이) 헌법재판소나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부정적 메시지가 문제의 핵심으로, 직원들은 여기에 동의할 수 없고, 인권위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인권위를 지키고자 하는 전 직원의 총의를 모아 내외부적인 계획을 세워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전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직원들의 신원까지 확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여기에 위협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문정호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장은 "비상계단에도 지지 세력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두려움을 느꼈고, 여성 직원은 남성 직원과 조를 짜서 움직였다"며 "권한이 없는 이들의 사상 검증, 마녀사냥이 인권위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게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인권위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의결을 철회할 것과 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전날 회의에 대해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한 직권조사 의안은 부결한 반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며 "이는 입법·행정·사법부로부터 독립해 권력기관의 인권 침해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인권위의 본질인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해당) 의결은 인권위의 권한 범위를 월권한 것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위법·부당하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와 제32조를 들었다.
해당 조항은 각각 국회 입법 및 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과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 중인 사건이나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진정이 제기된 경우 '각하' 처리한다는 규정이다.
이들은 아울러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경우 국가기관을 상대로 권고 또는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는 인권위법 제25조와 제28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형사상 방어권이 침해됐다거나 적법 절차 원칙이 위배됐다는 사실 또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번 의결로 인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하고 그 절차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도록 해 국가적인 혼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제2의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초래된 인권 침해 문제는 외면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인권 보장에 앞장섬으로써 국가적인 혼란을 야기하고 인권위의 신뢰를 실추시킨 2월 10일자 의결에 반대하며, 본 의결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며 "이를 주도한 인권위원장은 반인권적인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할 것이므로 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오후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수정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헌법재판소장에게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방어권 보장 및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 조사 실시 등 적법 절차 원칙 준수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원·이충상·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 등 6명은 찬성했고, 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 등 4명은 반대해 해당 안건은 의결됐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들이 주도한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은 정족수 미달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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