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엄마 괴롭혀서" 30년 가정폭력 친부 살해한 30대 징역 6년
"직계 존속 살해한 죄책 가볍지 않아…성년 후엔 경찰 신고할 수 있었어"
"장기간 가정폭력 시달리고 성인이 된 후에도 어머니 염려에 독립 못 해"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술값을 달라며 어머니에게 욕설한 아버지를 둔기로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30년 넘게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최정인)는 12일 오전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34·남)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이 씨가 직계 존속을 살해한 것으로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가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저질러 이 씨와 어머니에게 고통을 안겨준 점은 인정되지만 현재와 장래의 법익 침해 우려보다 이 씨의 분노가 주된 동기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성년이 된 이후에는 피해자가 위해를 가할 듯 행동하면 스스로 제압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며 "범행 당시 피해자의 폭언 정도가 살인을 유발할 정도로 극심하다고 보기 어렵고 무방비 상태였던 피해자를 공격하고 의식을 잃은 뒤에도 망치로 내려쳤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면서 후회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어머니도 함께 고통 받아왔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머니를 염려하면서 독립하지 못한 채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이 씨의 사정을 참작했다.
이어 "아픈 어머니를 쉬지 못하게 하는 피해자를 만류하고 폭언을 듣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계획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범행 직후 모친과 자살을 시도하는 등 후회하고 괴로워했으며 자수했다. 피해자 유족인 이 씨의 모친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아버지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술값을 달라고 욕설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는 2017년, 2021년에 아들을 폭행, 협박해 입건된 전력이 있었다.
이 씨는 범행 5일 뒤인 지난해 10월 31일 어머니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 씨를 긴급 체포 후 지난해 12월 1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의 양은상 부장판사는 이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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