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부터 대선 캠프까지 사칭하는 '노쇼' 사기…예방법은?
군인·교도관부터 연예인 소속사·공무원·정당 관계자까지 사칭
2단계 속임 구조…다른 업체 물품 대리구매 요구해 금품 갈취 목적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군인이나 교도관을 사칭하며 지역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발생시키던 '노쇼' 사기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 연예인 소속사나 지자체 공무원, 대선 관련 캠프·정당 관계자까지 사칭하는 등 갈수록 다양한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일 노쇼 사기 시나리오 분석 결과와 피해 예방법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쇼 사기는 사칭 대상이 누구든 '2단계 속임 구조'를 갖고 있다. 1단계에서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업체 물품에 대한 주문, 2단계에서는 나중에 피해자 물품과 함께 결제한다며 피해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른 업체의 물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경찰은 노쇼 사기는 1단계 주문은 미끼에 불과하며 '2단계 대리 구매 금액'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고 짚었다. 또 이 과정에서 2단계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1단계 주문에 대한 노쇼로 끝나는 탓에 '노쇼 사기'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식당을 운영할 경우 대선 관련 정당 관계자를 사칭해 1차로 선거운동원 회식을 위한 단체 예약을 한 후 회의 때 고급 와인이 필요한데, 와인 판매 업체에 대신 주문해 달라고 요청하며 연락처를 보내주고 피해자가 해당 업체에 연락하면 위조된 명함과 사업자등록증 등을 보내주며 송금을 유도한 뒤 와인 구매 대금을 송금하면 연락을 끊는 방식이다.
경찰은 "사기꾼들은 언제든지 1·2차 기망자들의 역할과 범행에 이용할 물품만 바꿔서 계속 범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숙박업소, 명함 제작업체, 식당을 대상으로 정당 관계자(1차), 도시락·와인 판매자(2차)를 사칭한 사례 △식당 주인을 대상으로 방송 제작진·유명 연예인(1차), 와인 판매자(2차)를 사칭한 사례 △굴착기 업자를 대상으로 교도소 공무원(1차), 방화복 판매자(2차)를 사칭한 사례 △컴퓨터 대리점 대상 시청 공무원(1차), 심장 충격기 판매자(2차) 사칭 사례 등이 확인됐다.
경찰은 노쇼 사기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업무방해, 금전적·심리적인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의 특성상 손님들의 요구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관공서가 갖는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력 탓에 대량 주문 후 다른 물건값을 결제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짚었다.
현재 경찰은 피상사기 전문수사부서인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상범죄사수사계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해 수사 중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노쇼 사기 사건들은 주로 동남아시아에 있는 콜센터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노쇼 사기 예방을 위해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연락 온 전화번호가 아닌 해당 공공기관이나 사무실 공식 전화번호에 직접 확인해 물어보라고 당부했다. 또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금액을 미리 결제하도록 하는 것도 사기를 막는 방법이다. 취급하지 않는 다른 물품을 대리 구매해달라는 것은 전형적인 노쇼 사기 형태이므로 단호하게 거절하는 게 좋다고도 강조했다.
경찰은 '민생침해형 사이버사기·금융범죄 특별단속'을 통해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 등 민관의 강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청 국수본 관계자는 "노쇼 사기 수법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놓여있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대량 주문을 통해 현혹하고, 공범들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범행에 빠져들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이 정교하다. 무엇보다 비대면은 모든 것이 가짜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경제적 취약 계층을 노리는 각종 범죄의 예방·단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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