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류현진·김광현·양현종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려면
'최정예 대표팀' 방침에 '좌완트리오' 재승선 관심
명성·여론 기대지 않는 확실한 기준 아래 평가해야
- 서장원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최근 야구계는 '태극마크의 자격', '국가대표 발탁 기준'이 화두다.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세대교체' 기치 아래 구성된 평균 연령 24.6세 '젊은 대표팀'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자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리고 현재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이들이 앞으로 대표팀은 실력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해당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메이저리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발언이 결정타였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표팀은 경험 쌓는 곳이 아니다.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 우리나라 이름을 걸고 싸우는 곳"이라며 "프리미어12 대표팀처럼 너무 젊은 선수 위주로만 구성하면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 감독도 이정후와 같은 맥락의 방향성을 전하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한국 야구의 대표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에게로 향한다. 세대교체 흐름 속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베테랑들의 재승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세 선수 모두 각종 인터뷰에서 대표팀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이구동성 '실력 위주의 대표팀' 구성 취지에 공감하며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기꺼이 합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한국 야구는 위기다. 2020 도쿄 올림픽(4위)부터 2023 WBC(1라운드 탈락), 그리고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냉정하게 접근했을 때 과거보다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특히 투수진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으니 한국 야구의 대들보로 활약한 '좌완 트리오'를 떠올리는 건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발탁이 당연시 돼야 하는 건 아니다. 이전의 명성이나 여론의 환호성에 기대지 않는 '확실한 잣대'를 기준 삼아 선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누구도 예외는 없어야한다.
철옹성 같던 세 선수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여전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대표팀이기에 '이름값'과 '경험'만 믿고 베테랑을 뽑는 것도 지양해야한다. 당연히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명실상부 '최정예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다.
셋 모두 대표팀 합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올 시즌에 납득할 만한 성적을 냈을 때'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자신들도 '무임승차'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는데, 영향력 큰 선수들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이 반갑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가 동시에 특정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에서 나란히 활약한 적은 없다. 셋이 전성기를 달릴 때도 이런저런 이유로 1명씩은 빠졌다. 어쩌면 2026 WBC 대표팀은 '류김양 트리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뭉칠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 멋진 마무리를 위해, 셋 모두 당당하게 승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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