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경기' 펼친 두산 오명진, 현충일 여동생 시구 꿈에도 성큼
롯데전 만루포 포함 6타점 펄펄…13-4 대승 기여
"여군 여동생 시구할 수 있게 앞으로 더 잘하겠다"
- 서장원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명진이 프로 데뷔 첫 홈런 포함 6타점을 몰아치는 '인생 경기'를 펼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2군에 다녀온 뒤 반등에 성공한 오명진은 현충일에 여동생에게 시구 기회를 주겠다는 꿈에도 한발짝 다가섰다.
오명진은 27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 6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6타점 1볼넷 2득점으로 활약, 두산의 13-4 대승에 기여했다.
오명진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지난 2020년 두산 입단 후 1군에서 홈런이 없었던 오명진은 통산 26경기 만에 데뷔 첫 아치를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말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오명진은 바뀐 투수 송재영을 상대로 초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6.9m 만루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홈런으로 오명진은 2001년 6월 23일 잠실 SK전의 송원국, 2012년 6월 14일 사직 롯데전의 최주환에 이어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역대 3번째 두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오명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팀이 11-4로 앞선 7회말에는 2사 만루에서 상대 박시영에게 쐐기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6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오늘은 단연 오명진의 날이었다. 팀 동료들과 팬들이 바라던 첫 홈런을 결승 만루홈런으로 때려내는 담대함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들뜨지 않고 적시타를 때려낸 점도 칭찬하고 싶다. 첫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오명진도 사령탑의 칭찬에 화답했다. 그는 "1군에서 못 할 때도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셨다. 그래서 2군에 내려갈 때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네가 잘해야 하기 때문에 2군에 보내는 거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타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던 오명진은 정작 정규 시즌 개막 후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고, 지난 11일 1군에서 말소됐다.
이후 23일 다시 1군에 올라온 그는 5경기에서 타율 5할(18타수 9안타)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오명진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멘탈적으로 정비를 많이 했다"며 "2군에서도 타격 코치님이 '이렇게 스윙이 좋은데 왜 자신을 못 믿냐'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와 싸우지 말고 투수와 싸우자는 마음가짐으로 바꾼 것이 지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명진에게는 2명의 여동생이 있다. 그중 첫째 여동생은 현재 여군으로 복무 중이다. 입대 당시 현장을 찾은 오명진이 눈물을 펑펑 쏟았을 만큼 각별한 사이다.
마침 두산은 현충일인 6월 6일 홈에서 롯데와 경기를 치른다. 오명진이 그때까지 좋은 활약을 펼쳐 1군에서 버티면 여동생이 군복을 입고 마운드에서 시구하는 장면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다.
오명진은 "구단에서 여동생을 시구자로 선정할 수 있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다. 일단 내가 잘해야 그 소원이 이뤄질 수 있는 거니까 앞으로 꾸준히 잘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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