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AG 결산①] 든든한 빙상·기대 이상 설상…내년 밀라노 올림픽 예열 완료
金 16개 종합 2위 수성…쇼트트랙 金 6개·피겨 남녀 싱글 석권
설상도 값진 金 4…빙속 이나현·스노보드 이채운 등 신예 주목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빙상은 언제나처럼 든든했고, 설상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여기에 컬링과 아이스하키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12일간의 열전에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부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위한 '예열'은 완벽히 마쳤다.
하얼빈 아시안게임은 14일 오후 9시 중국 하얼빈 국제컨벤션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폐회식만을 남겨두고 있다. 11개 종목에 걸린 62개의 금메달 주인공도 모두 가려졌다.
이번 대회에서 22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14개로 개최국 중국(금 32, 은 27, 동 25)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2017년 삿포로 대회 이후 2회 연속 종합 2위의 목표 달성이다.
8년 전인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과도 동률을 이뤘다. 은메달(18개), 동메달(16개)이 더 많았던 삿포로 대회와 비교해 전체 메달 수는 5개가 적지만, 당시에 버금가는 호성적을 올렸다.
당초 대한체육회이 전망한 이번 대회 금메달이 11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선수단은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성적을 올린 셈이다.
◇아시아 무대가 좁았던 빙상…이번에도 효자 노릇 '톡톡'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빙상(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 선수단에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단에 가장 많은 메달을 안긴 종목으로 효자 노릇을 제대로 했다.
특히 쇼트트랙 대표팀은 9개의 금메달 중 6개를 휩쓰는 등 금 6, 은 4, 동 3의 성과를 냈다. 금메달 6개는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다.
신설 종목인 혼성 2000m 계주를 시작으로 매달 레이스 첫날인 8일에만 4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여자 대표팀의 돌아온 에이스 최민정이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500m, 1000m를 석권하며 한국 선수단 유일의 3관왕에 올랐고, 김길리(여자 1500m·혼성 계주), 박지원(남자 1500m·혼성 계주), 장성우(남자 1000m·혼성 계주)도 2관왕을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간판 김민선과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이나현이 단거리인 100m와 5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100m에선 이나현, 500m에선 김민선인 금메달을 땄고, 은메달도 각자 나눠 가졌다.
김민선, 이나현은 김민지와 함께 한 팀 스프린트마저 제패하고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내년 올림픽에서도 김민선, 이나현을 앞세운 단거리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남자부에선 금메달이 나오진 않았지만 단거리 단판 김준호(은 1, 동 2), 차민규(은 2)가 활약했다. '빙상 전설' 이승훈은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수확, 역대 아시안게임 9번째 메달(금 7, 은 2)을 기록하며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피겨스케이팅 역시 활약이 빛났다. 여자 싱글의 김채연, 남자 싱글의 차준환이 나란히 우승하며 동계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초로 남녀 싱글 동반 제패의 업적을 이뤘다.
둘 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 선수들을 꺾었다는 점에서 종합 2위의 중요한 공신이기도 했다.
◇'불모지' 설상에서 나온 金 4개…스노보드는 세계 무대도 도전
언제나 취약한 종목으로 꼽히는 설상(알파인스키·크로스컨트리·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바이애슬론·산악 스키)도 이번 대회에선 예상외의 선전을 펼쳤다.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로 8년 전 삿포로(금 4 은 8 동 9) 못지않은 성적을 냈다.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아시아 톱레벨을 유지하던 김마그너스와 이채원의 은퇴 공백이 있고, 스노보드 대회전과 회전 등 기록경기가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였다.
스노보드 종목에서 금 2개, 동 3개를 획득했고 프리스타일 스키도 금 1개와 은 1개, 동 3개로 나란히 5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바이애슬론(금 1, 은 1), 알파인스키(은 2)도 분전하면서 크로스컨트리의 공백을 메웠다.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의 이승훈,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각자의 종목에서 동계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역사를 썼다. 예카테리나는 계주 종목 은메달까지 두 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스노보드에선 '고교생 보더' 이채운이 슬로프스타일에서, 김건희가 하프파이프에서 각각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이미 월드컵과 세계 선수권 등 세계 무대에서도 톱클래스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채운에게, 아시안게임엔 적수가 없었다.
이채운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여자부 최가온과 함께 내년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전 종목 입상' 컬링과 아쉬움 남긴 아이스하키도 분전
컬링과 아이스하키도 제 몫을 충실히 해줬다.
컬링은 대회 마지막 날 여자 단체 금메달을 비롯해 남자 단체 은메달을 따냈다. 대회 초반 믹스 더블 은메달까지 컬링에 걸린 3개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특히 여자 단체는 폐막일 마지막으로 걸려있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미를 장식했다.
컬링 역시 2018 평창 올림픽과 2022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선전하며 주목을 받았던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선 최상의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엔 충분했다.
아이스하키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남녀 모두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로 나섰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던 남자 대표팀은 예선전에서 '최강' 카자흐스탄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는 등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4강에서 일본에 슛아웃 끝에 패하고 말았다. 결국 3-4위전 승리로 동메달에 만족했다.
그간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여자 아이스하키는 사상 첫 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결선에서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강국'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4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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