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AG 결산③] 우려 속 성공적…다음 얼음 축제는 '사막의 나라'
준비 기간 2년…기존 인프라 적극 활용 원활한 운영
2029 동계AG 개최지는 사우디 네옴시티
- 안영준 기자
(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8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아시아 최고의 겨울 스포츠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중국 하얼빈에서 지난 7일 '겨울의 꿈, 사랑으로 하나되는 아시아'라는 슬로건 아래 막을 올렸던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14일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나온 한국의 금메달을 끝으로 모든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가 아시아 스포츠 팬들과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7 삿포로 대회 후 개최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선정에 난항을 겪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까지 겹치면서 결국 한 번의 주기를 건너뛰었다. 이후에도 개최를 유치하려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다 2023년 3월, 개막을 2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서 중국 하얼빈이 단독으로 신청해 대회를 품었다.
자칫 또 개최가 무산될 뻔했기에, 일부 참가 선수들은 수상 소감 앞에 "대회를 개최해준 하얼빈에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간신히 막을 올렸지만 우려는 또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대도시'라는 별명의 하얼빈 혹한에 대한 우려와 통제가 심한 중국 사회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대회는 시선을 보기 좋게 뒤집고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내내 하얼빈 공항을 찾은 아시아 34개국에서 온 선수들과 기자들을 신속하게 날랐다.
개회식 당일은 '겨울 왕국'답게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지만 중국은 조직적인 제설 시스템으로 차질 없이 축제를 시작했다. 본 대회 운영에서도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각 경기장과 주요 장소에 최소 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차질없이 대회 운영을 진행했다.
하얼빈은 두 번째, 중국은 2007년 창춘 대회 포함 세 번째로 이 대회를 여는 만큼 그간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아울러 하얼빈은 초등학교 체육관을 개조한 컬링장, 하얼빈 체육대 아이스링크를 활용한 아이스링크장 등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 2년도 안 된 짧은 준비기간을 극복했고 시설 효율성도 높였다.
이번 대회 마지막 금메달을 한국에 안긴 신동호 여자 컬링대표팀 감독은 "전반적인 시설과 스텝 및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모든 게 완벽했다"며 대회에 큰 만족을 표했다.
다만 일부 운영에는 아쉬움도 있었고 한국 선수가 큰 피해를 봤다.
산악스키 여자 스프린트에 출전했던 김하나는 예선을 마치고 도핑 검사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를 받아 이동했는데, 이후 주최 측이 도핑을 마치고 돌아온 김하나를 안일한 대처로 무리하게 출발시켰다. 부상을 당한 김하나는 결선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 밖에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한국 기자들에 대해 믹스트존 출입을 제한하는 등 '텃세'도 존재했다.
미디어와 관련해선 급히 바뀐 변경사항을 홈페이지 공지가 아닌, 관계자가 펜으로 종이에 적은 뒤 옆 사람에게 전달하며 숙지해야 하는 등 국제대회답지 않은 모습도 확인됐다.
한편 이번 대회는 34개국에서 1275명의 출전해 규모 면에선 역대 최다로 기록됐다.
유의미한 성과도 많다. 개최국 중국은 64개의 금메달 중 꼭 절반인 32개를 싹쓸이하며 아시아 스포츠 1인자 위상을 공고히 했다.
한국도 금메달 16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14개의 '목표 초과 달성'과 함께 종합 2위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2017 삿포로 대회 금메달 16개와 타이 기록이다.
아울러 필리핀, 대만, 태국 등이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면서,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은 9개 나라가 메달을 수확하는 성적을 냈다. 이 또한 대회 역사상 최다다.
이제 시선은 4년 뒤로 향한다. '얼음 왕국'의 배턴을 이어받은 곳은 '사막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다.
2027 아시안컵, 2034 월드컵 등 세계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확정한 사우디라바이아는 눈이 오지 않는 나라임에도 동계 올림픽 개최권까지 챙겨갔다. 서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사우디는 이번 하얼빈 대회를 통해 동계 아시안게임에 처음 선수를 파견했을 만큼 겨울 스포츠 인프라는 부족한 편인데, '오일 머니'를 앞세워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계 레저단지 '트로제나'를 개발, 7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공 눈이 뒤덮인 '사막 속 겨울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플랜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여도 아시아 최고의 겨울 축제를 여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은 불필요하다며 지적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한겨울 평균 기온 영하 30도를 웃도는 하얼빈에 이은 다음 개최지가 바로 사막의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1월 평균 기온은 영상 18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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