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모자라 슈퍼 스타 싹쓸이…'악의 제국' 구축하는 다저스
지급 유예로 슈퍼팀 구성…"2000년대 양키스 능가" 평가
사이영상 스넬·日 사사키 영입…김혜성 주전경쟁도 관심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메이저리그 최다 우승(27회)에 빛나는 명문 팀 뉴욕 양키스는 2000년대 초중반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끌어모아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로저 클레멘스, 앤디 페티트 등 쟁쟁한 이름이 그 당시 양키스를 대표하는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메이저리그에 또 다시 '악의 제국'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양키스에 대항하는 서부 대표 명문 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다.
◇오타니 영입으로 가속화된 '슈퍼 팀' 구축…WS 우승 결실
다저스는 최근 들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며 '슈퍼 팀'을 구축하고 있다. 선수들의 면면으로 볼 때는 이미 2000년대의 양키스를 훌쩍 뛰어넘은 '새로운 악의 제국'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다저스가 본격적으로 리그 판도를 흔들어놓기 시작한 건 2023시즌이 끝난 뒤 오프시즌부터다. 당시 FA 최대어로 꼽히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다저스는 무려 7억 달러(10년)를 안겨주며 영입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계약은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은 12년 4억 2660만 달러였는데, 다저스는 5억, 6억을 건너 뛰고 단숨에 7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 계약으로 다저스는 기존에 보유했던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자만 세 명을 보유하게 됐다. 세 명의 MVP가 함께 뛴 사례는 처음이 아니지만, 3명이 전성기의 나이에 함께 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저스는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를 투자해 '쟁탈전'에서 승리했다. 3억 2500만 달러는 종전 게릿 콜이 보유했던 9년 총액 3억 2400만 달러를 뛰어넘은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도 않은 '신인'에게 최고 계약을 안긴 셈이다.
다저스는 여기에 또 다른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까지 5년 1억 3650만 달러로 계약하며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결국 투자는 결실로 나타났다. 정규시즌 98승 64패(0.605)로 최고 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월드시리즈에선 양키스를 누르며 우승의 염원을 이뤄냈다. 오타니가 타자로만 활동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던 다저스였다.
◇우승에 목 마른 다저스, '역대급 재능' 사사키까지 품었다
우승을 일궜지만 다저스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2024시즌이 끝나자마자 팀의 부족한 곳을 메우기 위해 매진했다. 많은 선수들이 '슈퍼 팀'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 덕에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다저스는 이번 오프 시즌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을 5년 총액 1억 82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여기에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를 영입해 장타력을 보강했고, 오타니의 천적으로 군림하던 좌완 불펜 태너 스캇으로 뒷문까지 단단하게 잠갔다.
'방점'은 사사키 로키의 영입이었다.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리고 만 20세 5개월의 나이에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했던, 일본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는 사사키(24)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사사키의 경우 만 25세가 되지 않아 '국제 아마추어'로 분류돼 계약금이 제한적이고 연봉도 최저 연봉으로 정해져 있었다. 사실상 모든 팀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했음에도 다저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에게도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로써 다저스는 오타니-야마모토-사사키로 이어지는 일본인 3인방에 스넬, 글래스노우까지 탄탄한 5인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5명 모두 다른 팀에선 '1선발'로 뛸 수 있는 재능이며,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에서 돌아오더라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다저스가 이런 '슈퍼 팀'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지급 유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지난해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 중 97%인 6억 8000만 달러를 지급 유예하는 등, 다저스는 지급 유예를 하나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다저스는 지급 유예로 계약 종료 후 내줄 돈만 이미 10억 달러(약 1조 4200억 원)를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선수 입장에선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없지만, 선수들에게 다저스는 그러한 부분을 감수하더라도 가고 싶은 팀이 됐다.
◇'슈퍼 팀'에 합류한 김혜성의 도전…주전 경쟁 벌인다
올 시즌 국내 팬들에게 다저스가 관심이 가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새로운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혜성(26)이 몸담게 됐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이달 초 다저스와 3+2년에 최대 2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스타 군단' 다저스 선수들의 비싼 몸값과 비교하면 다소 '저렴한' 계약이지만,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영입할 정도로 매력적인 선수이기도 했다.
실제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지 사흘 만에 지난해 주전 2루수로 뛰던 개빈 럭스를 '헐값'에 트레이드했다. 2루수 포지션에 대한 추가 영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김혜성에 대한 기대치가 꽤 높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럭스가 빠졌지만,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 같은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엔 MVP 출신 야수 베츠가 2루수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베츠는 작년부터 유격수로 나서고 있지만 2루수, 외야수와 달리 유격수 자리에선 불안한 수비를 자주 노출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구상은 베츠가 유격수로 나서는 그림이기에, 김혜성의 입장에선 경쟁을 벌일 만한 조건이 된다.
현지 외신에서도 새 시즌 다저스의 라인업에서 김혜성이 주전 2루수와 함께 9번타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슈퍼 팀'에서 한국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하는 장면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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