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8위·장타율 6위·2루타 1위…이정후, 빅리그도 사로잡는다
연일 맹타로 존재감 과시…감독도 동료도 찬사
포브스 "SF의 뜨거운 초반, 이정후가 핵심 이유"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빅리그도 사로잡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각종 공격 지표에서 최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정후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6타석 5타수 2안타 2득점 2타점을 기록, 팀의 11-4 승리에 기여했다.
이틀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0.338로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8위, 내셔널리그에선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0.647의 장타율은 6위로 순위가 더 높다. 내셔널리그에선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0.730), 코빈 캐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0.699)에 이은 3위다.
장타율이 좋다 보니 출루율과 합친 수치인 OPS도 높다. 1.042로 메이저리그 8위, 내셔널리그 4위다.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의 비교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빅리그 역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을 기록했던 오타니는, 올 시즌 현재까지 0.288의 타율에 0.380의 출루율, 0.550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모두 이정후가 앞선다.
정규리그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라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럼에도 이정후의 초반 페이스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홈런 타자'도 아닌 이정후의 장타율이 6할을 넘긴 건 2루타의 비중이 크다. 이정후는 벌써 10개의 2루타를 때렸는데, 빅리그에서 누구도 이 수치를 따라오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뉴욕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 3홈런을 몰아치면서 장타율이 크게 올랐다.
이정후의 활약에 샌프란시스코 동료들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팀 1선발인 로건 웹은 "이정후가 비로소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놀라운 선수고, 훌륭한 팀 동료다. 많은 에너지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사령탑 밥 멜빈 감독도 "이정후는 지금껏 상대한 적 없는 투수를 계속 만나고 있음에도, 좋은 타구를 만들고 있다"면서 "양키스 3연전은 그를 위한 시리즈였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현재까지 13승5패(0.722)의 호성적을 내고 있는데, 여기엔 이정후의 활약상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최근 "샌프란시스코가 뜨거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데, 이정후의 존재가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매체는 "이정후는 올 시즌 현재까지 직선타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반면 내야 뜬공 비율은 낮아졌다"면서 "또 뜬공 타구 속도는 거의 5마일 가까이 상승했다"고 짚었다. 세부 지표로도 지난해보다 좋다는 이야기다.
포브스는 또 "이정후의 약점은 평균 이하의 배트 스피드뿐"이라며 "콘택트 능력은 훌륭하고, 중견수 수비는 평균 혹은 그 이상이다. 주루 스피드도 평균 이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기술적인 면에서, 또 출루율 면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보다 더 나은 선수다. 젊은 나이, 수비, 스피드까지 감안하면 요시다처럼 몇 년 동안 주전 경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정후가 시즌 막바지까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적은 표본'이라 해도 메이저리그를 잠시나마 호령하고 있다는 자체로 이정후는 이미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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