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군 입대'로 본 미국行 야구 유망주들의 근황
고교 졸업 직후 미국행 최지만·박효준 등 병역 문제 부딪쳐
AG 金 획득 외엔 사실상 방법 없어…ML 직행 점점 적어져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하고, '병역기피'로 고발 당하기도 한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현실'의 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뛰는 부푼 꿈을 안고 미국행을 택했던 야구 유망주들이 병역 의무를 해결하지 못해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최지만(34)의 매니지먼트사 스포츠바이브는 25일 "최지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오는 5월 15일 입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지만은 동산고 졸업 후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로 향했다. 이후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등 여러 차례 팀을 옮기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다.
탬파베이 시절인 2019~2020년엔 주전으로 도약해 풀타임 활약, 월드시리즈 무대 안타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길어지면서 방황의 시간이 길어졌다. 지난해 메츠에서 방출된 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최지만은 개막 이후까지도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지 못했고, 결국 입대를 선택했다.
최지만으로선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것이 쉽지 않다면 KBO리그로 돌아와야 하기에, 병역 의무를 수행한 뒤 신인 드래프트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나면 만 36세가 돼 실상 KBO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시간도 길지는 않다. 고교 졸업 직후 미국 진출을 선택해 메이저리그에서 짧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메이저 레벨'을 오래 유지 못하면서 선수 생명의 위기가 온 셈이다.
박효준(29)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야탑고 시절 촉망받는 야수로 꼽히던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팀인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곧장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진출 6년 만인 2021년 양키스에서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단 한 경기뿐이었고, 곧장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피츠버그에선 67경기를 뛰었지만 역시 큰 임팩트를 보이지 못했고,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그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2023년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024년과 올해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지만 한 번도 빅리그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병역 문제까지 겹쳤다. 그는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2023년 3월 허가 기간이 끝나면서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박효준 역시 현재로선 최지만과 마찬가지로 귀국 후 병역 의무를 소화하고, 이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로 보인다.
사실 미국에 직행했던 유망주들이 병역 문제로 고심하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KBO리그 구단과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이 2년에 가까운 병역 공백을 기다릴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이었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등 빅리거 1세대를 제외하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 특례를 받은 추신수가 거의 유일한 사례다.
빅리그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아 구단에 양해를 구할 정도의 입지가 돼야 하고, 대표팀 입장에서도 KBO리그 소속 선수들을 우선 차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병역 특례를 받기 위한 과정도 '바늘구멍 뚫기'와도 같다.
아예 미국 무대를 마지막으로 야구를 접은 사례도 매우 많고, 백차승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귀화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빠르게 꿈을 접고 KBO리그로 유턴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대은, 이학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병역 문제를 해결한 뒤 30대가 돼서야 KBO리그 '루키'로 데뷔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직행한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빅리그에서 뛰는 배지환(26·피츠버그 파이리츠)을 비롯해 아직 마이너리그 레벨인 장현석(21·LA 다저스)과 심준석(21·마이애미 말린스)이다.
이 중 배지환은 미국 국적의 여성과 결혼해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커졌고, 장현석은 미국 진출 직전인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획득, 병역 문제를 일찍이 해결했다.
야구계에서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KBO리그에서 성공해도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메이저리그의 '꿈'을 가지고 있다해도 류현진, 김하성, 이정후의 사례처럼 KBO리그를 거친 뒤 타진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정후의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1억 달러의 '잭팟'을 터뜨렸고, 류현진 역시 20대 중반에 빅리그로 직행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박효준의 야탑고 1년 선배인 김하성의 경우 고교 시절엔 박효준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KBO리그에서 기량을 끌어올린 뒤 빅리그 준척급 내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병역 문제는 KBO리그에서 뛰던 시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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