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어린 무어에게도 밀린 양민혁…더 늦어지는 토트넘 데뷔
무어, 에버턴전서 왼쪽 윙어로 교체 출전해 활약
극심한 부진에 빠진 토트넘, 실험할 여유 없어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한 양민혁(19)의 데뷔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K리그1에서 강원FC의 준우승을 이끌고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쥔 양민혁은 토트넘 구단의 요청으로 예정보다 2주 빠른 지난달 중순에 합류, 현지 적응도 마쳤다.
마침 토트넘은 공격진이 줄부상을 당해, 유스 선수들까지 동원해 간신히 엔트리를 채울 만큼 스쿼드가 얇아져 양민혁의 무혈 1군 입성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양민혁에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고 있다.
히샬리송 등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이 예상보다 빨리 복귀했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 영입한 양민혁 대신 토트넘 산하 유스 선수들을 더 중용하고 있다.
심지어 양민혁과 직접적인 경쟁자인 유스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다해, 양민혁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토트넘은 최근 루카스 베리발(19)과 아치 그레이(19) 등 양민혁과 같은 나이인 2006년생 유망주들을 주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레이는 에버턴전서 자책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두 선수 모두 다친 선수들을 대신해 1옵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뒤늦게 합류한 양민혁으로선 베리발 등과의 경쟁은 아직 무리다. 교체 투입 등을 통해 기회를 잡아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데, 문제는 여기도 다른 젊은 선수들이 대거 버티고 있다.
지난 19일 에버턴과의 EPL 22라운드 맞대결에선 양민혁을 포함해 마이키 무어(18), 윌 랭크셔(20), 다몰라 아야지(20) 등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유망주들이 대거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양민혁의 EPL 데뷔를 기대해 볼 수 있었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측면 공격 자원을 교체하면서 양민혁이 아닌 무어를 투입했다.
무어는 팀이 에너지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던 흐름에서 투입된 뒤 두 차례 과감한 개인 돌파로 번뜩였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절묘한 크로스로 히샬리송의 슈팅을 끌어내기도 했다.
무어가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돌파는 양민혁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양민혁으로선 비슷한 스타일인 무어를 대체하고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과 흐름으로선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무어는 경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다. 그가 투입된 후 무언가 만들어질 조짐이 보였다"며 호평했다.
양민혁을 향해서는 "EPL보다 낮은 리그에서 온 만큼, 더 적응해야 한다"며 짧게 코멘트했던 점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있다.
팀 상황도 양민혁에겐 긍정적이지 않다. 토트넘은 최근 EPL 10경기서 단 1승만을 기록, 7승3무12패(승점 24)로 15위까지 미끄러졌다. 일각에선 감독의 경질설까지 고개를 든다. 새로운 선수의 데뷔까지 실험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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