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새 '47번' 신민하 "처음엔 부담…이젠 절대 안 바꿀 번호"[인터뷰]
양현준·양민혁 계보 잇는 유망주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의 신민하(20)가 '고마운 등번호' 47번을 달고 이번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받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팀 최소 실점도 그가 바라보고 있는 기록이다.
강원은 이번 시즌 등번호를 배정하면서 2005년생 젊은 수비수 신민하에게 47번을 맡겼다.
축구에서 시쳇말로 좋은 등번호는 보통 1번부터 11번까지다. 47번은 그리 주목받는 번호가 아니다. 하지만 강원이라면 다르다.
강원은 2022년 양현준(23)이 이 번호를 달고 36경기 8골 4도움으로 맹활약,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그리고 양현준은 2023년 시즌 도중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이어 2024년에는 고교생 양민혁(19)이 그 등번호를 이어받아 38경기 12골 6도움을 기록, 역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고 그해 토트넘(잉글랜드)에 입단했다.
그래서 강원의 47번은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증표 같은 번호다.
새로운 47번의 주인공 신민하는 이번 시즌 8경기에 출전해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고, 지난달 19일 울산HD와의 경기에선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입단 2년 차 만에 달성한 K리그 데뷔골이었다.
◇ 처음엔 무거웠지만, 이제는 고마운 등번호 47
전화를 통해 '뉴스1'과 만난 신민하는 "확실히 번호에 기운이 있나 보다. 47번을 달고 난 뒤에는 책임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그러니 결과도 조금씩 따라오고 있다"며 수줍게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부담이었다. 47번의 스토리를 다 알고 있던 까닭이고, 앞 두 선수와 달리 자신은 수비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4번을 달았다. 47번 같은 (뒷자리) 번호는 달았던 적이 없었다. 번호가 무겁게 느껴졌다"고 말한 뒤 "처음에는 부담감에 47번을 안 받고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 번호 덕분에 올해 마음가짐도 다르게 먹고 새 기운으로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누가 바꾸자고 해도 절대 안 바꾼다"며 웃었다.
좋은 선수니까 47번을 받은 걸까. 47번을 달게 되니 좋은 선수가 되는 걸까. 47번만 달면 시쳇말로 '뜨는' 기이한 현상의 이유 찾기를 신민하에게 떠넘겼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등번호가 날 좋은 선수로 만들어 준 케이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시즌 U22 자원으로 자주 선택 받은 것도, 출전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받게 된 것도 '47번 선수'라는 후광 효과 덕분이다. 나 역시 훈련할 때 기대에 맞게 더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계속 자신감이 올라가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신민하는 강원 수비진의 핵심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민하를 앞세운 강원은 10경기 9실점으로 K리그1 최소 실점의 짠물 수비를 보이고 있다.
신민하는 "47번이 아니라면 경기에 출전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그는 "고마운 번호"라고 공을 돌렸다.
◇ "올해 강원의 47번은 팀 최소 실점 이끌 겁니다"
물론 신민하는 여기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앞선 두 선배 양현준·양민혁에 비하면 아직 퍼포먼스가 부족하다.
그는 "수비수다 보니 공격수에 비해 주목을 못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가 맡은 역할을 다하면서 꾸준히 잘하면 결국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지난해 공격수 47번(양민혁)과 함께한 강원은 최다 득점(62골)을 기록했다. 올해는 수비수 47번과 함께하니 최소 실점을 달성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선 두 명의 '47번 선배'처럼, 그도 영플레이어상을 받는 것도 목표다.
다만 이번 시즌 강원의 상황이 지난해처럼 순탄하지는 않다. 강원은 지난 시즌 '양민혁 효과'를 등에 업고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정경호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올해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4승1무5패(승점 13)로 12개 팀 중 9위에 처져 있다.
신민하는 "아직은 우리가 하고자하는 축구로 향하는 단계다. 아직 색깔이 다 입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단단한 팀이 돼 지금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팀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민하는 K리그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뒤, 역시 선배들처럼 해외 진출도 꿈꿔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내가 47번을 달자 (양)민혁이가 '형도 올해 열심히 해서 해외로 나오라'고 연락을 주더라. '곧 갈 테니 거기서 기다리라'고 답해줬다"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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