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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TODAY] 발리를 피로 물 들인 '판차실라 청년단'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서울=뉴스1)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 딱히 종교가 없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길 한 번 다녀오는 것이 로망이 된 시절이다. 제주 올레길이나 세계 곳곳의 순례길을 걷는 게 요즘 트렌드이긴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혹은 풍광이 좋은 곳에서 놀고, 먹고, 마시고, 그러다가 쉬는 게 일반적인 관광의 양태이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전부터 다크 투어리즘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적인 사건이나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막대한 인명 피해가 일어난 곳에 가서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일종의 반성 관광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무시무시한 쓰나미가 일어나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의 쓰나미 박물관이나 유대인 대량 학살이 일어난 아우슈비츠 수용소,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념관,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영화 '지슬'로 더 유명해진 제주 4.3 기념관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 여행지이다.

단순히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려 찾아간다는 점에서 다크 투어리즘은 공부가 필요한 어려운 관광이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살육한 현장을 찾는 일이다.

냉전이 한참이던 1960~70년대 동남아시아에도 학살의 광풍이 몰아쳤다.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담은 호찌민의 전쟁박물관이나 구찌 땅굴,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뜨거운 열전의 흔적이다. 동남아 각지가 미·소 냉전의 대리전을 치렀고, 그 흔적은 고스란히 다크 투어리즘의 대상이 되었다.

대리전의 핵심은 당사자가 아니라 지지자들의 싸움이라는 데 있다. 단순하게 말해서 미국을 지지하는 소위 우파와 소련을 지지하는 좌파 간의 분쟁이다. 지금은 소련이 해체됐지만 냉전 시대는 그랬다.

인도네시아나 태국, 싱가포르도 다르지 않았다. 냉전과 열전의 내용과 전개 방식은 저마다 달랐어도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었다. 비단 대량 학살이 아니었어도 인권을 유린하는 어두운 과거가 없었다고도 말할 수 없다.

열대의 태양과 짙푸른 바다가 유혹하는 낙원 발리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다크 투어리즘의 대상이다. 1965년 9월 30일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수하르토가 진압하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 과정에 수도 자카르타에서 대규모 숙청과 무차별 살상이 시작되어 바다 건너 발리까지 퍼졌다.

수하르토의 권력을 등에 업은 민병대의 손에 8만이 넘는 발리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장장 3주에 걸친 고통의 시간이었다. 2013년 초대형 태풍이 몰아쳤을 때, 발리 동부 추추칸 해변에서 무수한 유골이 드러났다. 모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유골이 백사장을 덮었다고 한다. 휴양지의 이면에 깔린 비극이다.

공산주의자, 좌파, 회색지대의 화교까지 약 1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이때의 내전 아닌 내전에서 무소불위의 무력을 행사한 것은 '판차실라 청년단'이었다. 원래 판차실라는 인도네시아의 5대 국가원리를 뜻하지만 같은 이름을 걸고 창설된 청년단은 정치깡패에 가까웠다.

이들은 수하르토의 쿠데타 성공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후 좌파 척결에 앞장서 직접 손에 피를 묻혔다. 그저 좌·우 대립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미화가 된다.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 대량 학살이었으니 말이다. 판차실라 청년단이 군사조직에 준하는 조직이었다고 하니 이들의 살육 역시 준국가폭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파에 대한 우파의 폭력은 흔히 백색 테러라고 말한다. 좌파가 지닌 붉은색, 레드라는 상징에 대응하는 말이다. 굳이 기원을 따지자면 프랑스 혁명 기간에 왕당파가 썼던 상징이 흰색 백합이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국인은 백의민족이라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흰색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순백을 정의, 순수, 고결, 재생과 연결하곤 한다. 흰색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백색 테러는 어둠과 공포를 떠오르게 한다.

백골단이라고 해서 다를 리가 없다. 테러의 색이 있다면 검거나 붉은색이 어울릴 것 같은데 유독 우파의 테러는 굳이 흰색이라 한다. 하지만 흰색이라고 해서 부당한 행위까지 정화해 주진 못한다. 색이야 무슨 죄가 있을까. 결국은 폭력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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