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강제이주 우크라 어린이 추적 중단…푸틴 전쟁범죄 비호
정부효율부 요청에 따라 국무부 지원 프로그램 연구자·전문가 계약 해지
아동 사진·생체 인식 데이터 등 축적해와…"전쟁범죄 증거 훼손 우려"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가 강제로 이주시킨 우크라이나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그램 지원을 종료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또 다른 선물을 건넨 것으로 풀이된다.
분쟁 관측소(Conflict Observatory)라고 알려진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국무부 산하 분쟁 방지 및 안정화 기구(CSO)의 감독하에 예일대학교 인도주의 연구소가 주도해 지난 2022년 5월부터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해 왔다.
관측소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13개의 공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러시아 관리들에 대한 6건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에 기여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자들과 전문가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는 피터 마로코 국무부 해외원조담당 과장과 일론 머스크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의 요청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 혹은 의도적인 조치로 인해 3년간 약 2600만 달러의 국세로 모은 전쟁 범죄 증거가 신뢰성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관측소가 그동안 수집해 온, 러시아로 강제 이주된 우크라이나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삭제 혹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렉 랜스먼 민주당 하원의원을 포함한 의원들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데이터 저장소 정보가 영구적으로 삭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사실이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중요한 자료는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해당 프로그램의 자금 지원이 종료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데이터의 삭제 혹은 손상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해당 정보엔 러시아에 입양 혹은 위탁된 우크라이나 아이들에 대한 보고서, 사진, 이름 등과 함께 아이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위성 이미지와 생체 인식 데이터 등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아이들을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는 침공 후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러시아 본토 또는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로 강제 이주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러시아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미국과 서방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강제 이주시킨 우크라이나 주민들(어린이·여성 포함)이 90만~1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최전방 지역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지우고 러시아 이념을 주입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ICC는 지난 2023년 푸틴 대통령과 마리아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인권위원장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아이들을 납치 및 강제 이주시킨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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