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를 만난 건 축복이었습니다"…25만명 교황 조문 마쳐
일반인 조문 마지막날 인파 최고조…"이제 조문 못한다"는 말에 실망·발걸음 돌리기도
독일 주교 "새벽 3시에 도착해 조문…교황 방한 못해 아쉽겠다"
- 김지완 기자
(바티칸=뉴스1) 김지완 기자 = 25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일반인 조문이 끝났다. 교황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시작된 사흘간의 조문 기간에 다녀간 사람은 총 25만 명이다.
성 베드로 광장은 오후 5시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오후 4시쯤 광장에 몰려든 인파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지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더 자주 들렸다.
이에 광장 주변을 약 10분간 우회해 광장에서 동쪽으로 약 350m 떨어진 지점으로 가 보니 그곳에서도 경찰이 인파가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전날에는 이 지점을 통해 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역시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는 줄이 길어지고 어떻게 광장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 혼란을 겪었으며 "밀고 들어가자"는 사람도 보였다. 원래 차가 지나다니는 이 거리는 사람이 꽉 차면서 차도 경적을 울려야만 지나갈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은 현지 경찰이나 안내 요원들에게 어떻게 광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만난 독일 중부 튀링겐주 주도인 에르푸르트의 교구장 주교인 울리히 네이메이어 주교(67)는 "오늘 새벽 3시에 기차를 타고 도착했다"며 "시간에 맞춰 성당 안에서 조문하고 기도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을 받아 11년간 교구장 주교를 지내온 그는 지난 20일 부활절 미사에서 나타난 교황의 모습을 보고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바로 다음날 선종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에 대해 "좋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왔고, 빈자들과 함께했으며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화합했다"며 후임자도 비슷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이메이어 주교는 또 "2027년에 교황이 한국에 오기로 했는데 아쉽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신앙 대축제로 교황도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가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저녁 7시에 일반인 조문이 종료되고, 8시에는 교황이 안치된 관을 봉인하는 의식이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패럴 추기경 진행하에 비공개로 치러졌다.
이때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서는 낮에 비해서는 적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도 안내 요원들에게 언제 광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문의하고 들어갈 수 없다는 소식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한다는 한 미국인 유학생(28)은 교황 선종 소식을 듣고 25일 아침 로마에 도착했다. 그는 일반인 조문이 끝났고 성 베드로 광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출신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의 권유로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는 세례는 받았지만 종교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냉담신자다. 다만 교황에 대해 "개방된 마음을 가졌고, 동성애자에 대한 축복을 허용하는 등 성소수자 문제에도 적극적이었으며, 가톨릭교회의 성범죄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를 조사할 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 2021년에는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의 성직을 박탈하고 가중 처벌하도록 교회법을 38년 만에 개정하기도 했다.
이 유학생은 후임 교황에 대해 "필리핀 출신의 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나는 진보 좌파 성향이라서"라고 웃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너희 나라 괜찮냐"며 계엄, 탄핵 등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타글레 추기경은 실제로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12명의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 중 하나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는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국가원수 50명과 10명의 재위 중인 군주를 포함한 약 170개국 사절단이 참석하며 최대 20만 명의 조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유지에 따라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치된다. 장례 후에는 '노벰디알레스'(Novemdiales)라고 불리는 9일간의 추모 기간이 이어지고, 80세 미만인 135명의 추기경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올 때까지 콘클라베를 진행한다.
gwkim@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