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간 지 67년 된 교황…주변 만류에도 '일하다 죽겠다' 고집"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갤러거 대주교 BBC방송 인터뷰
"중앙아프리카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는 주변 뿌리치고 직접 찾아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1일 88세를 일기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몇 년간 쉬엄쉬엄 일하라는 주변의 조언에도 "끝까지 일하다가 떠나겠다(die with boots on)"는 뜻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인 폴 갤러거 대주교는 25일(현지시간) 방영된 BBC 방송 인터뷰에서 "교황은 취약한 이들을 도울 기회를 계속 찾고자 업무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2014년부터 교황청 외무장관으로서 교황의 해외 출장에 동행해 왔다. 그는 교황이 마지막으로 휴가를 떠난 시기가 "66년이나 67년이 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예의 바르고 점잖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반대되는 행동을 종종 했다고 갤러거 대주교는 회고했다.
그는 "내가 교황에 대해 항상 존경했던 한 가지는 그분이 어려운 일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내가 처음부터 그의 이런 태도에 동의했던 건 아니지만 그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섰고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교황의 선종으로 생긴 공백이 엄청나서 자신도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황은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였고, 대다수의 사람이 무력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며 "교황은 그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교황은 전쟁에 휘말린 이민자와 여성, 아동의 고통에 마음을 썼으며 그들의 고통에 실질적으로 공감했다고 갤러거 대주교는 평가했다.
교황의 2013년 즉위 후 첫 해외 출장지는 지중해의 이탈리아령 람페두사 섬이었다. 그곳에서 교황은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만났다.
이후 교황은 60여개국을 방문했지만 보좌진이 방문을 만류한 나라들도 있었다.
교황이 내전으로 황폐해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고문들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렸다. 하지만 교황은 "어쨌든 나는 그곳에 갈 거고, 만약에 아무도 안 가고 싶어 한다 해도 괜찮다. 나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그 말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교황은 2015년 자신이 원한 대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찾았다.
교황은 주변에 이민자들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인간으로 기억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주 전 교황이 갤러거 대주교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유머 감각을 잃지 말라"는 조언이었다고 한다.
한편 지난 23~25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 교황의 시신이 안치되는 동안 무려 25만 명이 조문을 다녀갔다. 그의 장례식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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