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방·보궐선거…극우 돌풍 속 노동당 정부 첫 시험대
작년 7월 노동당 14년만의 재집권 이후 첫 지방선거
극우 영국개혁당 약진…100년 역사 양당제 붕괴 가속화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지방·보궐선거가 막을 올렸다. 극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돌풍이 거센 가운데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오르는 첫 시험대다.
BBC방송, 로이터통신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지방의회 의원 1641명, 지방자치단체장 6명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와 하원의원 1명을 새로 뽑는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투표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되며 이날 늦은 밤이나 이튿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거는 모두 잉글랜드 지역에서만 치러진다. 잉글랜드 전체 지방의원 1만7000명 중 약 10%를 다시 선출한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아직 지방선거 일정이 없다.
작년 7월 노동당 재집권 이후 지방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당은 2010년 이후 14년 만에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세금 인상, 복지 삭감 논란 속에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다.
보수당 역시 작년 총선 패배 이후 영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견제는커녕 영국개혁당(Reform UK), 자유민주당, 녹색당 등 제3당들에 지지층을 빼앗기고 있다.
특히 영국개혁당의 기세가 거세다. 영국의 대표적 극우 지도자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이 당은 작년 총선에서 5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고 급기야 연초 유거브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이날 보궐선거를 치르는 런콘·헬스비에서도 캐런 쇼어 노동당 후보와 세라 포친 영국개혁당 후보의 접전이 예상된다. 이 지역은 노동당 소속이던 마이크 에임스버리 전 하원의원이 작년 10월 지역주민 폭행 논란으로 사임한 곳이다.
영국개혁당은 반이민 정서와 구직난을 공략해 지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신봉하며 '영국판 트럼프'라고도 불린다.
스타머 총리는 패라지 대표에 대해 "그의 당에 투표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면서 "국민건강서비스(NHS)에 요금을 부과하고 친 푸틴(러시아 대통령) 외교 정책을 지지하고 노동자 권리를 반대하는 투표"라고 견제했다.
노동당이 예전보다 우클릭하면서 좌파 성향의 녹색당도 존재감을 키웠다. 중도를 내세우는 자유민주당도 노동당과 보수당의 오랜 부진 속에 어엿한 제3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고전할 경우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영국 양당제가 붕괴하고 다당제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학자 존 커티스는 일간 텔레그레프 기고문에서 "영국 정치가 분열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최대 5개 정당이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과학자 롭 포드는 "거대 양당에 지금 상황은 마치 너무 작은 이불을 갖고 씨름하는 커플과 같다"면서 "어디로 이불을 끌어당기든 어딘가는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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