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제267대 교황 공식 즉위…'포용과 통합' 강조(종합)
20만명 바티칸 광장 운집…"오늘날 경제, 자원 착취 및 가난한자 소외시켜"
세계 각국 정상 및 고위 관료와 인사…젤렌스키와 비공개 회담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18일(현지시간) 포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제267대 교황직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 강론에서 "나는 아무런 자격도 없이 선택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두려움과 떨림으로, 한 형제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며 "우리 모두가 한 가족처럼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너무 많은 불화와, 증오와 폭력, 편견, 차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모델이 낳은 수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다른 신앙의 길을 걷는 이들, 하느님을 찾고 있는 이들, 그리고 선의의 모든 여성과 남성과 함께 걷는 평화의 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레오 14세는 또 "우리끼리의 작은 공동체 안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세상보다 위에 있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며 "서로의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모든 민족의 사회적·종교적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가 강조했던 복음화라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것(복음화)은 결코 타인을 강제로 끌어들이거나, 종교적 선전이나 권력을 통해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목자는 베드로 사도처럼 "맡겨진 이들을 군림하듯 지배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양 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미사 말미에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는 아이들과 가족들, 노인들이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으며, 미얀마에서는 새로운 교전이 무고한 젊은 생명들을 앗아갔다"며 "우크라이나에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협상이 기다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즉위 미사 전 교황 전용 차량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가톨릭 신자들을 만났다. 이날 광장엔 약 20만 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장에 모인 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비바 일 파하'(Viva il Papa, 교황 만세), '파파 레오네'(Papa Leone, 교황 레오)를 외치며 환호했다. 한 신자는 교황이 응원했던 메이저리그 야구 팀인 '화이트삭스'를 외치기도 했다.
차량은 수십 명의 경호원으로 둘러싸인 채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나 티베레 강으로 이어진 긴 대로를 따라 이동했다. 교황은 이동 중 두 차례 정차해 아기들을 축복하기도 했다.
레오 14세는 미사 강론 에 앞서 세 명의 추기경에게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전달받았다.
팔리움은 어깨에 두르는 '양털로 만든 흰색 띠'로 선한 목자로서의 역할을 상징하며 초대 교황인 베드로가 새겨진 어부의 반지는 교황의 권위를 상징한다. 교황은 어부의 반지를 이용해 공식 문서를 봉인한다.
레오 14세는 강론 후 각국 대표단을 접견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및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인사를 나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악수를 나눴다.
레오 14세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즉위 미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 및 고위 인사들과 인사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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