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0일 폭주에 미국인들 '패닉'…'충격과 공포' 전략에 美 내상
美언론 "홍수처럼 쏟아지는 행정명령 등에 평범한 미국인들 당황"
금리인하 늦춰지고 車가격 상승 우려…"트럼프노믹스 효과보다 위험이 더 클 수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라는 전략을 만병통치약처럼 쓰고 있다. 미국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까지 뒤흔들면서 '창조적 파괴'를 주도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계획이다.
하지만 첫번째 임기 초기에 먼저 꺼내 들었던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친기업적, 친시장적 전술보다 무역전쟁과 이민자 추방을 두번째 임기의 전면에 내세우며 경제와 사회 전반에 보상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정책의 잠재적 경제 효과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는데 위험이 보상을 선행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취임 초기 쏟아낸 트럼프의 각종 정책들이 단기적으로 성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앞당겨졌고 보상은 내년까지도 가시화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실제 법인세 인하, 에너지 및 암호화폐 규제 완화와 같은 실질적인 성장 부양에 대한 논의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제 막 감세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내년이 되어야 체감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2018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3년간 근무한 모리스 오브스트펠드는 블룸버그에 트럼프가 공약한 모든 친성장 정책을 시행하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는 취임 첫 몇 주 동안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연방 인력 감축이 감세, 규제완화보다 더 간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오브스트펠드는 "건설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것이 더 쉽고 파괴는 수축적"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걸리는 건설적 정책 대신에 파괴적 정책을 통해 트럼프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괴적 정책은 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얘기다.
JP모건의 경제학자들 역시 "(트럼프의) 정책 조합이 (의도치 않게) 기업에 비우호적인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부과를 예고한 철강 및 알루미늄 25% 관세만 해도 당장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세금을 부과하면 자동차가 가장 먼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CBS방송에 말했다.
베이커에 따르면 일반적인 차량에는 통상 1000파운드(약 453㎏)의 철강이 사용된다. 이 철강 비용은 차량 한 대당 6000~7000달러(780만~910만 원) 수준이다. 따라서 25% 관세가 추가되면 차량 가격이 대당 1000~1500달러(130만~195만 원)가량 상승할 수 있다.
또 트럼프의 관세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취임 한 달 전만 해도 로이터 설문에서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첫 금리 인하 시점을 3월로 전망했지만 취임 이후 설문에서는 그 시점을 6월로 보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로이터가 이달 4~10일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6%(101명 중 67명)가 6월 말까지 최소 1번의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 67명 중 22명은 3월, 45명은 6월 정도로 전망했다. 1월 설문에서 거의 60%가 3월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전략은 미국인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전략이 "평범한 미국인들을 휩쓸고 있다"며 "미국인들이 혼돈(chaos)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시험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 미국인들조차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정책 속도와 끊임없이 주의를 끄는 트럼프의 능력에 당황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기부터 이민 세관 단속국의 급습, 무역전쟁, 트랜스젠더 권리 제한, 정부효율부(DOGE)의 공공데이터 인수 등 사회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물론 정치적 우파에 속하는 진영은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자기 진영에 최선의 이익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 또 혼란은 창의성을 낳고 낡은 제도를 허물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학설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 다수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교 실버 스트레스 및 대처 연구소의 다니엘 릴리한 연구원은 악시오스에 "전례 없이 많은 집단적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는 시기에 처했다"며 "정책 변화에 대한 언론 보도가 급증하면서 더 광범위한 집단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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