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美 관세전쟁으로 뭘 얻었냐…亞선 말썽만 일으켜"(종합)
"中 압박에 단호하게 반격…반도체 등 봉쇄에도 中혁신 못막아"
"중러관계, 일시적 일로 영향 안 받아"…한국·북한 등 언급은 없어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중국을 압박하려 한다면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왕이 부장은 일본, 러시아, 아세안, 아프리카, 중남미 등 주요국 및 주요 지역과의 외교에 있어서 중국의 전략을 소개하며 대국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나 한중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양회' 계기로 약 90분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관련된 질의와 답변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왕 부장은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을 억압하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을 상상해선 안된다"며 "이 같은 양면적 접근 방식은 양국 관계 안정에 불리할 뿐 아니라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중국은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미국에 다양한 도움을 제공했는데, 미국은 배은망덕하게 행동해선 안되며 이유 없이 관세를 인상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지난 몇년간의 관세 전쟁에서 무엇을 얻었냐고 반문하며 "무역 적자가 확대됐는지 아니면 축소됐는지, 제조업 경쟁력이 올랐는지 아니면 떨어졌는지, 인플레이션이 호전됐는지 아니면 악화됐는지, 국민들의 생활이 개선됐는지 아니면 나빠졌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갈등과 대립은 광범위한 공동 이익과 협력 공간을 가진 양국의 선택이 되어선 안된다"며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 상생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세계에는 190여개국이 있는데 각국이 자국 우선을 강조하면서 힘을 과시한다면 세계는 정글의 법칙으로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서방의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중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친구는 영원해야 하고 이익은 함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미국의 대중국 압박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과학기술 강국의 길이 점점 넓어졌지만 이 길은 순탄하지 않았고, 항공우주, 반도체 분야의 외부의 부당한 압박은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봉쇄가 있는 곳엔 돌파구가 있었고 압박이 있는 곳엔 혁신이 있었다"며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 전략은 혁신적 사고를 막을 수 없고 디커플링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요국 외교 정책을 소개하면서도 미국의 대외 관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미국의 중국 주변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주변국 외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시아는 중국의 안식처일 뿐 아니라 중국과 아시아 각국의 공동 고향"이라며 "미국이 이 지역 일대에 미사일 배치를 하는 데 대해 중국은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은 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역 국가들에 말썽과 분쟁을 일으키는 것 이외에는 한 것이 없다"며 "아시아는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격투장이 아니라 국제 협력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중남미를 방문해 중국과 거리두기를 요청한 데 대한 중국의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건설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고향이지 다른 사람의 뒷마당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소유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가자지구의 지위를 강제로 변경하는 행위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국들이 가자 주민들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가자지구의 전면적이고 지속적 휴전을 추진하고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 '팔레스타인 사람이 팔레스타인을 통치한다'는 원칙으로 가자 재건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중재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밀착하기 시작한 가운데 중러 관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숙하고 견고하며 안정적인 중러 관계는 일시적인 일로 인해 변하지 않고 제3자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며 "이는 불안정한 세계 속의 일정한 구성부분일 뿐 지정학적 경쟁의 변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시점을 공동으로 기념하는 것을 계기로 삼아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체계를 유지하고 국제 질서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이 위기의 근원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하루이틀 사이에 발생한 것도 아니다"라며 "양측 입장이 일치하지 않지만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구속력 있고 각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평화 협정을 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위기가 3년 이상 지속됐는데 돌이켜보면 이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며 "한 국가의 안전이 다른 나라의 불안정에 기초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왕 부장은 중일 관계에 대해 "올해가 중국 인민의 항일 전쟁 승리 80주년임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며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더 잘 개척하기 위함이고 역사를 잊는다면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된다. 일본은 평화헌법 정신을 준수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요구하는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에 대해서는 "중국 측은 책임있는 태도로 법과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일부 국가가 유엔 결의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미하지 않고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한미일 외교장관은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왕 부장은 "유엔에서의 대만 지역의 유일한 명칭은 '중국 대만 성'으로 대만은 결코 국가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대만 독립 시도는 불장난을 하다 스스로를 태우는 것이고 대만으로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시도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일관계를 설명하는 중에도 "대만이 중국에 반환된 지 80년이 지났음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대만 독립 세력과 내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일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부추길 것이 아니라 대만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 일본에 흠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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