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물러나는 트뤼도…"캐나다의 강인함 보여달라" 눈물
차기 자유당 대표 카니 선출 축하…"민주주의와 자유 거저 아냐"
2015년 11월 43세로 취임…진보적 가치로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기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약 10년만에 물러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9일(현지시간) 고별 연설에서 눈물을 보이며 "민주주의와 자유는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라며 미국에 맞서 캐나다의 강인함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캐나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맞서 캐나다의 정체성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캐나다를 고율 관세로 압박하는 한편 트뤼도를 '캐나다 주지사'라고 반복적으로 폄하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하는 등 조롱성 비난을 지속해 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치러진 자유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영란은행 총재 출신 마크 카니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됐다.
카니의 선출이 확정된 후 트뤼도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 "지금은 (캐나다라는) 국가가 정의되는 순간"이라며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유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뤼도는 "이런 것들은 우연히 주어진 게 아니며, 노력 없이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용기와 희생, 희망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5년 전에 의회에서 (자유당) 의석이 35석에 불과했던 시절을 기억하느냐"면서 "그땐 힘든 일도 많았고 유권자들도 우리를 포기할 때가 많았고, 우리 당이 곧 끝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모든 캐나다인들처럼, 우리는 과소평가를 당할 때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2015년 11월 캐나다 23대 총리로 취임한 트뤼도는 취임일 기준 만 43세의 젊은 나이에다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인기를 끌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옹호하고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캐나다의 오바마'라는 기분 좋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아버지는 1968년부터 1984년까지 17년간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다.
그러나 그는 대형 건설사 SNC-라발린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는 압박을 넣었다는 '수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력이 손상됐다. 20대 시절에 했던 '블랙페이스'(흑인) 분장 사진이 연달아 공개되며 인종차별 논란도 빚었다.
결국 2019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다수당 지위를 잃고 제3야당인 좌파 신민주당(NDP)과 연정을 꾸려야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고물가 문제에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주택난까지 겹치면서 정적인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에 지지율을 추월당했다.
트럼프와의 관계도 한때는 양호했으나, 2019년 공식 석상에서 유럽 정상들과 함께 트럼프의 '뒷담'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본격적으로 관계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당시 트뤼도를 향해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캐나다를 관세로 위협하자 트뤼도는 "미국은 캐나다 경제를 붕괴시켜 합병을 용이하게 만들려고 한다"며 "우리는 결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이며, 캐나다와의 싸움에는 승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캐나다는 오는 10월까지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집권 자유당에서는 반트럼프 여론이 거센 현 상황을 기회로 보고 조기 총선을 치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니는 조기 총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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