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원인 제거' 푸틴 고집에 휴전 불발…"트럼프, 푸틴에 설득돼"
트럼프-푸틴 2시간 통화에도 돌파구 못찾아…푸틴 '30일간 즉각 휴전' 거부
트럼프 "러-우가 직접 조건 논의"에…NYT "푸틴 입장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격"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방안을 모색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2시간 넘는 통화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함께 요구해온 '조건 없는 30일간 휴전'에 대한 푸틴의 수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향한 푸틴의 강경한 태도에 판을 깔아 준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힌 내용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2시간 5분가량 진행된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2시간 통화를 마쳤고, 매우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즉시 휴전 협상을 시작할 것이며,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도 진행될 것"이라고 알렸다.
푸틴도 통화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휴전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각서를 제안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해당 각서에는 분쟁 해결의 원칙, 평화 협정 체결 가능 시기 등이 명시될 수 있으며, 관련 합의가 도출될 경우 일정 기간의 휴전도 포함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푸틴은 "매우 솔직한 대화였다. 내 생각에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만족을 표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급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개시'는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미 양국인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 협상을 시작했지만 러시아이 무리한 요구사항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상황이다.
푸틴이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각서 역시 뚜렷한 내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합의가 이뤄지면 휴전도 포함될 수 있다'는 식의 가정만 가득할 뿐, 미국과 유럽이 함께 요구한 30일간 휴전 언급도 없다.
트럼프와 푸틴이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교착 상태인 휴전 협상을 다시 전진시킬 합의는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이 30일 휴전에 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지속된 분쟁 중단 노력에 대한 가장 최근의 타격"이라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제외하고는 평화에 열의가 없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후 푸틴과의 통화가 알려진 것만 3번째임에도 불구하고, 협상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오히려 푸틴에게 설득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협상 진전을 방해하는 핵심 요구사항 중 일부를 양보했다는 어떤 신호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WP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에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것이 포함된다면서, 이날 두 정상의 통화에 앞서 JD 밴스 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양보가 없을 경우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중재에서 빠져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실제 푸틴은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나토 군(유럽 군) 배치 금지 등 기존 요구조건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향후 휴전 및 종전 논의에 대해 "그 조건은 양측이 직접 협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협상 세부사항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는 더 많은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협상을 당사자들에게 맡긴다'는 얘기인데, 러시아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재는커녕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푸틴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푸틴과의 통화와 관련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 협상에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제재를 강화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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