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없으면 빠지겠다" 또 경고한 트럼프…포기냐 협상술이냐
"휴전 조건 양측이 직접 협상…이건 원래 유럽의 문제" 거리두기
협상 진척 위한 압박 가능성도…美 개입중단시 우크라에 심각한 타격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2시간 동안 통화한 뒤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즉각" 양자 간 휴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은 휴전 중재 역할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휴전) 조건은 양측이 직접 협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휴전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진전이 없을 경우) 그냥 물러날 것(back away)"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원래 유럽의 문제였다. 유럽의 문제로 남았어야 했다"고 했다.
CNN은 미러 정상 간 통화에 앞서 JD 밴스 부통령이 '에어포스 투'에서 미국이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협상을 포기할 준비도 충분히 돼 있다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트럼프는 전쟁에서 물러나는 사람처럼 말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관련 내용을 전하며 "미국이 궁극적으로 협상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신호는 이전에도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18일에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양측 중 한쪽이 전쟁의 종식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미국은 '당신들은 어리석고 바보들이며 끔찍한 사람이다'라고 하고 (중재 노력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파리에서 유럽 관리들과 회동한 후 "양측이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돕고 싶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며 "미국은 다른 우선순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트럼프의 발언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시사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인도 방문 중에도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매우 분명한 제안을 했다"며 "이제 그들이 받아들여야 할 때로,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손을 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19일 늦은 시간에 다소 결이 다른 메시지도 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은 평화 회담에서 아직 손을 뗀 것은 아니라면서도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머릿속에" 레드라인(한계선)은 있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는 "어떤 선이 있다"면서 "그 선이 무엇인진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한 단순 압박 차원의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조짐이 보이면 트럼프는 자세를 바꿔 적극 개입할 수 있다. 그는 지난주에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적극적 중재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가 푸틴 편에 서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푸틴은 취재진에게 트럼프와의 통화가 "솔직하고 매우 유용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에 향후 가능한 평화 협정에 대한 각서를 제안하고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핵심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에 참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트럼프로부터 시간을 벌려는 듯 보였다"며 그간 트럼프가 푸틴이 전쟁 종식에 더 진지해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해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러시아 및 유라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인 마리아 스네고바야는 블룸버그통신에 "러시아는 협상에 열려 있고 미국의 노력을 환영하는 듯 행동하는데, 이는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는 원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반복적인 입장 표명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한 관측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긴장했다. 그는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 뒤에 "미국이 회담 그리고 평화 추구에서 거리를 두지 않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개입 중단은 미국의 군사 지원 및 정보 공유 중단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날 CSIS는 "트럼프 행정부는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겠다고 위협했다"면서 "이것이 알맹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3월 미국이 일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중단한다고 우크라이나가 즉각적으로 패배하진 않겠지만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원 중단이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정확한 피해 규모는 유럽이 자체 역량으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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