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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發 바티칸 중재론 급부상…트럼프도 젤렌스키도 '오케이'

레오 14세, 바티칸서 협상 주최 의사…즉위 후 줄곳 우크라 종전 촉구
트럼프 "매우 좋은 생각"…러시아는 "회담 구체 계획은 아직" 선 긋기

교황 레오 14세(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05.18.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 협상을 놓고 바티칸(교황청) 중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신임 교황 레오 14세가 중재 의사를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호응했다. 러시아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트루스 소셜을 통해 논의 내용을 전하면서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이 협상 주최에 큰 관심이 있다고 한다. 절차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엄청난 적개심과 분노가 있는데 (바티칸 회담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로마에 있는 바티칸에서 한다면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티칸 역할론은 미국과 여러 유럽국의 노력에도 휴전 협상이 아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년 만에 마주 앉았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재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주장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자 발을 뺄 생각도 비치고 있다. 그는 "이건 유럽의 일"이라면서 "내 전쟁이 아니다. 그냥 도우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회동을 갖고 있다. ⓒ 로이터=뉴스1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 회담이 개최됐다. 2025.05.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바티칸은 트럼프 대통령이 띄운 중재론에 대해 추가로 논평하지 않았다. 다만 교황청 국무원장이자 외교 수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교황이 양국의 직접 회담 장소로 바티칸을 제공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달 초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한결같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강조해 왔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즉위 이후 첫 해외 정상 통화를 한 데 이어 18일에는 바티칸에서 직접 만났다.

가톨릭 뉴스 통신(CNA)은 레오 14세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에 관해 선종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훨씬 친우크라이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오 14세는 즉위 이후 진행한 두 차례의 레지나 첼리(부활절과 성령강림절 사이 기도문) 모두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정의롭고 영구적인 평화'를 위한 협상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바티칸의 중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와의 이스탄불 회담이 수포로 돌아가자 새로운 협상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연합(EU), 영국의 고위급 회의 개최를 원한다"며 "회의 장소는 튀르키예, 바티칸이나 스위스에서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소치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5.05.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유럽도 바티칸 중재론을 환영했다. 바티칸이 위치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성명을 통해 "교황이 바티칸 회담 주최 의지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탈리아는 접촉을 돕고 평화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정상들과 함께 트럼프·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응이 변수로 남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은 "교황의 제안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바티칸도 관련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다만 "향후 회담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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