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 지난 4월 8~9일 베이징에서 '중앙주변공작회의'가 열렸다. 12년 만에 열린 이 회의에서 중국은 주변국들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상호 신뢰를 강화한다는 외교 방침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에서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으며, 주변국과 전략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지역 국가들의 자체 발전을 지원하며, 갈등과 차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한 가운데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고 있는가. 한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강화하고 갈등 관리의 방안은 무엇일까. 이 회의에 참석한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와 만났다.
▶최근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역 상대국에 대해 제멋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순전히 일방주의, 보호주의이자 '경제적 괴롭힘 행위'다. 각 국가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하며,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는 세계 경제 질서의 안정에 심각한 충격을 주면서 미국 자신에게도 큰 해가 되는, 그야말로 타국과 자국 모두를 해치는 행위다.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한 맞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의 행동은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국제 공정성과 정의,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이 호혜와 상생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으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은 자신을 고립시킬 뿐이다. 중국은 싸우기를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지만, 대화하겠다면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평등과 존중, 호혜의 기초 위에서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2+2 통상협의'와 관련해선 나는 한국 내에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국의 국가 상황이 다른 만큼, 중국은 각국이 평등한 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경제·무역에서의 이견을 해결하는 것을 존중한다. 그러나 중국은 어떤 한 나라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대가로 미국과 교역을 체결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각국 모두 공정과 정의의 편에 서야 하며, 미국의 잘못된 행위를 국제사회가 그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국가가 피해자가 될 것이다.
▶경제·무역 협력은 줄곧 중한관계의 '밸러스트 스톤'(Ballast Stone) 역할을 해왔다. 지난 30여년간 양국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실질 협력을 심화하고 호혜와 상생을 실현했으며, 양국의 산업 및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매우 긴밀한 이익공동체를 형성했다. 중한 간 실질 협력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발전·번영을 강력히 이끌었고, 한국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데 있어서도 강력한 촉진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무역 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중한 간 무역액은 5.6% 증가한 3280억 달러(약 469조 5600억 원)에 달했다. 중국은 20여 년 연속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 중국의 '2위 무역 상대국'으로 다시 올라섰다. 이는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의 근성이 탄탄하고 전망이 밝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한 간 산업 경쟁이 다소 심화하고 있고, 일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양국 협력의 전략성과 호혜성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 경제의 법칙과 조건 아래서 경쟁과 협력은 함께 수반되고 서로 상생하는 것이다. 건전한 경쟁은 오히려 혁신적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중국에서 '핫 머니'와 '패스트 머니'를 벌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에도 해당된다.
본인이 보기에 한국 기업과 국민은 창의력이 풍부하고 강인하다. 중국의 거대 시장에서 계속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중국에서 입지를 굳힌 한국 기업은, 전 세계를 향해 당당히 웃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을 방문해 협력을 논의한 것은 중국 경제와 중한 협력에 '신임표'를 던진 것이다.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지속할 것이며, 한국 기업들이 계속 중국에 투자하고 중국에서 뿌리내려 더 나은 발전을 이루는 것을 환영한다.
▶신흥 과학기술 발전이 신경제, 신업태, 신모델을 이끌고 있다. 중한 양국이 새로운 이익의 교집합과 협력의 성장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특히 첨단 제조,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의약, 디지털 경제, AI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길 바란다.

▶한국 일각에서 중국의 황해(서해) 심해 어업 양식 시설에 대해 제기한 우려 중 많은 주장이 사실과 맞지 않고, 중국은 이미 답변과 해명을 내놓았다. 관련 구조물은 어업 양식 시설이며, 중국의 조치는 해양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이는 중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부합하며 중한어업협정(한중어업협정)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한 해양 환경과 항행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협정에 따른 한국 측 권익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한중은 지속적인 소통 강화, 해양 관련 이견의 적절한 관리, 해양경계획정 협상 추진, 그리고 해양 과학 연구, 환경 보호, 수색 구조, 어업, 법 집행, 해상 및 항공 안전, 다자 틀 내 협력을 강화해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황해를 평화의 바다, 우정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본인은 이러한 소통이 양국 간 상호 신뢰와 이해를 증진했으며 관련 정신은 양측의 공통 인식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양국 각계가 함께 이를 잘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올해와 내년에 한국과 중국은 APEC 회의를 잇달아 개최한다. 양국은 이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서로 지지한다는 데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은 시 주석의 APEC 회의 참석과 방한을 기대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중국도 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측과 소통·조율하며 양국 간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우호를 심화하며 협력을 촉진해, 양국의 중요한 고위급 교류를 위해 양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리한 조건을 만들며 많은 성과를 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은 작년 11월부터 한국에 대해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 측 통계에 따르면, 최근 5개월간 중한 항공 여객 수가 약 30% 증가했다. 한국도 중국 단체 여행객에게 비자 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양국 국민, 특히 청년들이 편리한 조건을 잘 활용해 서로의 국가를 더 자주 방문해 더욱 객관적, 전면적,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로 서로를 인식하는 것을 환영한다. 중한 간 인적 왕래와 각 분야의 교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우호 감정이 깊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1992년 중한 수교는 냉전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지역 구도를 바꾼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수교 이후, 양국 간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은 커다란 성과를 거둬 양국 국민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줬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 데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중한 관계는 이미 양자 차원을 넘어섰고 그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국제·지역 정세가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중한관계의 유지·발전이라는 전략적 의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역사와 현실이 증명하듯, 우호 협력을 견지하는 것은 중한 양국의 근본적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 한국에서 한중우호를 견지하는 것은 옳바른 방향이다. 중한관계가 불안정해지면 백해무익하다.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 미래 중한관계는 반드시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이 대사는 안후이 사범대학에서 외국어과(영어 전공)를 졸업하고, 1995년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司·한국 중앙부처의 '국'에 해당)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부터 주유엔 중국 부대표(대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27일 주한대사로 부임했다.
(정리 노민호 기자)
편집자주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한중관계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고위급 소통을 비롯해 민간 교류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그러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여전히 낮은 듯하다. 중국에서 직접 중국 사람들을 만나 찾은 '숨겨진 시선'을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