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또다시 증명의 시간을 맞이했다. 최근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피크 아웃(peak out)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터지면서 현대차·기아는 이제 진짜 저력을 보여줄 시기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격전지 미국에서 지난해 약 171만대를 판매하며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글로벌 판매량 약 723만대의 23.6%가 미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였다. 내수 둔화와 유럽 등 다른 지역 판매가 정체된 상황에서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의 성과에 따라 전체 성적표가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디어 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2025 뉴욕 국제 오토쇼'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본토 빅3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보다 더 큰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꾸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업계 관심도 쏠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중국 비야디(BYD)의 수석부사장 스텔라 리는 임직원과 함께 현대차의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을 방문했다. 도요타와 GM 쉐보레 등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행사장을 둘러쌌다. 현장에서 만난 도요타 미국법인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한국에서 팰리세이드 반응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미국 경영환경은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산 자동차 관세 25% 적용으로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의 약 57%인 101만여대를 국내서 수출해 관세 부과 노출도가 심하다.
현대차·기아는 트럼프 시대를 빠르게 준비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고 210억 달러 대미 투자 계획도 내놨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인력 채용 등 소프트웨어 분야 대응도 강화하며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트럼프 시대를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북미 지역 총괄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성 김 고문을 대외협력 담당 사장으로 발탁했다. 최근 드류 퍼거슨 전 미 연방하원의원을 미국 대관 조직 'HMG워싱턴사무소' 신임 소장으로 선임했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들보다. 자동차 산업이 수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현대차·기아가 휘청이면 그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 시대 현대차·기아가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처럼 다시 한번 증명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