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형준 장시온 기자 = 선거철이면 시장을 찾아 카메라 앞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며 악수를 청하는 후보들이 줄을 잇는다. 본격적인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유력 대선후보들 역시 766만이나 되는 거대한 '표밭'인 소상공인을 공략하기 위해 접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100만 폐업시대'가 현실화 한 상황에서도 소상공인을 옥죄는 제도 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태다. 제도개선보다는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며 '자금지원' 정책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폐업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임금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유력 후보들은 '차후에 논의하자'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대권주자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세액 공제 및 추가경정예산 확대, 지역화폐 활성화 등 진영을 막론하고 저마다 '소상공인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도 이달 초 민주당 당대표 자격으로 법정 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민생 현안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규모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비용은 국가공동체 모두가 부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소상공인이 업장을 운영하며 가장 큰 애로를 느끼는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소상공인 업계는 정치권을 향해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종별 업무 강도, 지역별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한 정책'이지만, 정작 이에 따른 부담으로 소상공인이 폐업하고 '쪼개기 알바'만 양산하면서 되레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2024년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74만 2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업계는 이러한 입장을 전했지만 이 대표는 이보단 최저임금 '인상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폐지는 노동계와 소상공인 사이의 갈등 요소"라며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보다는 국가 경제 전체를 살릴 주제에 힘을 모으는 게 합리적이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유력 후보로 1차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 예비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대표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이는 김 후보가 고용노동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강조해 온 정책이다. 김 후보는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노동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규모 업장 근로자라고 해서 법률로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면 안된다는 이 정책의 방향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같은 보호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를 더 줄여버리는 '왜곡'을 낳는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호소다.
현재 주휴수당이 쪼개기 알바를 양산해 역대 최대 규모의 초단기 근로자를 낳은 것처럼,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역시 이로 인해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할 가산수당, 연차휴가 등을 회피할 편법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근로기준법은 대규모 사업장에 적용되는 규제인데 직원 수 3~4명의 소상공인에게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노무관리 부담 증가로 폐업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상공인들도 '근로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간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근로자를 위한 선한 의지로 확대 적용한 법은 결국 노무관리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고용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각종 부담으로 종업원을 두지 않는 '나홀로 사장'은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9000명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즉 '나홀로 사장님'은 2만 8000명 증가했다.

시계열을 넓히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연간 기준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 1000명에서 2024년 143만 2000명으로 13.3% 줄었지만 나홀로 사장은 같은 기간 398만 7000명에서 422만 5000명으로 6%가량 늘었다.
진영을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은 '주 4.5일 근무제' 카드도 꺼내 들었다. 근무시간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계 입장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다.
사실상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하는 만큼 5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 생산성과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정 근로 시간이 감소하면 이를 초과하는 연장 근로에 대한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곧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시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주 4.5일제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현실화하면 더 이상의 소상공인 고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상공인들은 절박한 업계 상황에 대해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답답함을 표했다.
송치영 회장은 "아직 마음에 확 와닿는 소상공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도 좋지만 모든 정책들이 너무 한쪽(근로자)으로 편향돼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생협력추진단장은 "주4.5일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소상공인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약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며 "소상공인 경제가 활성화돼야 고용 창출도 되고 경기 전반이 살아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대선 후보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가장 큰 쟁점인 최저임금의 경우 대선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대선을 앞두고 최저임금이 정치 쟁점화되면 경영계와 노동계의 극심한 대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치 환경이 매우 불안정한데 최저임금이라는 이슈는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해지다 보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진영 논리를 대변하기 위해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서두르기보다는 정치적 상황이 정리된 이후, 대선 이후에 최저임금을 본격적으로 심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편집자주 ...단골 삼았던 동네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람 북적이는 번화가인데도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가게가 몇 달 간격으로 교체된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경기침체, 내수부진 탓을 하자니 '역대 최대' 규모가 걸린다. 문 닫는 소상공인의 이면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가 있었다. 뉴스1이 심층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