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고를 계기로 산업 전반에서 보안 투자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전체 매출의 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포털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정보보호 현황(2023년 기준)을 공시한 곳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6개사에 불과했다. 이들의 별도 기준 매출 대비 정보보호 투자액 평균은 약 0.0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물산(028260)이었다. 2023년 별도 기준 매출 22조 9132억 원 가운데 약 137억 원을 정보보호에 투자해, 매출 대비 비중은 0.06%였다. 전체 IT 투자액은 약 1747억 원으로 매출의 0.8% 수준이었으며, 이 가운데 정보보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7.8%였다.
현대건설(000720)은 약 35억 원을 정보보호에 투자해 매출(15조 7788억 원) 대비 비중은 0.02%에 그쳤다. IT 분야에는 총 380억 원을 투자해 매출 대비 0.2% 수준이었고, 그중 정보보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9.2%였다.
대우건설(047040)은 IT 분야에 약 236억 4000만 원(매출 대비 0.2%)을, 정보보호에는 17억 7000만 원(0.02%)을 투자했다. IT 투자액 중 정보보호 비중은 7.5%였다.
DL이앤씨(375500)는 정보보호에 31억 원을 투자해 전체 매출(5조 3071억 원) 대비 0.06%의 비중을 기록했다. IT 분야에는 567억 원(1.1%)을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정보보호 비중은 5.5%였다.
GS건설(006360)은 전체 매출 13조 4366억 원 중 24억 4300만 원을 정보보호에 투입해 비중은 0.02%에 불과했다. IT 투자액은 405억 1000만 원으로 매출 대비 0.2%였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전체 매출 4조 1600억 원 중 15억 7800만 원을 정보보호에 투자해 매출 대비 0.04%의 비중을 보였다. IT 투자 비중은 0.3%였다.
건설업계는 전통적으로 금융이나 제조업에 비해 보안 투자 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시티 기술의 도입이 확산되면서 건설 현장도 더 이상 보안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2021년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건 이후 건설업도 사이버 보안과 무관할 수 없다"며 "이제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안에 대한 소극적인 투자 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